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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논란’이 불편한 패션 브랜드, 왜? [세모금]

‘트렌드 주도’ 20·30대 vs ‘소비 큰손’ 40대 갈등
전체 패션 소비 22.8%·러닝 편집숍 매출 23.7%
업계 “‘영포티 브랜드’ 낙인 찍히지 않았으면…”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송도에 거주하는 40대 한 모 씨. 그는 최근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온(On)’ 매장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일찍부터 늘어선 대기 줄을 기다릴 자신도 없었지만, 줄 서는 2030대를 바라보며 주눅이 들었다. 그는 “러닝 열풍이 있기 전부터 집 근처 센트럴파크에서 러닝을 즐겼지만, 영포티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 최근 부쩍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트렌디하고 젊은 취향을 가진 40대를 일컫는 ‘영포티’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패션업계 전반에도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대가 소비를 주도하는 40대를 배척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자칫 ‘한물간’ 브랜드처럼 보일까 마케팅 방향을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 핀다는 올해 1~9월 러닝 시장 매출을 발표했다. 핀다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내 주요 러닝 편집숍 7곳의 매출은 총 96억7141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5억7845만원) 대비 약 17배 늘었고, 지난해 매출(25억7778만원)보다 3.4배 증가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을 제외한 수치라, 이를 포함하면 더 가파르게 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성장을 견인한 소비층은 단연 40대다. 편집숍 매출의 23.7%가 40대였다. 남성이 14.9%, 여성이 8.8%였다. 20대 남성과 여성 매출 비율이 7.6%, 8.1%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수치로 앞질렀다.

40대는 러닝뿐 아니라 패션 시장 전반의 ‘큰 손’이다. 사회 초년생인 20~30대보다 나은 경제력을 지니고 있어 소비에 최적화돼 있다. 최근 출근 복장 자율화나 ‘워라밸’ 중시 문화 확산으로 정장뿐 아니라 캐주얼 브랜드에도 눈을 뜨고 있다.

실제 섬유산업연합가 발표한 ‘패션 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대~60대의 패션 소비 중 40대가 22.8%를 기록했다. 전체 패션제품 소비액은 82조8828억원이다. 40대의 소비 금액만 18조9200만원에 달한다. 20대는 15.8%, 30대는 18.0%였다. 세부적으로는 캐주얼복(27.1%) 구매가 가장 많았고, 신발(14.9%)과 스포츠 의류(12.3%)가 뒤를 이었다.

업계는 40대를 향한 젊은 세대의 부정적 시선이 꾸준히 존재해 왔다고 평가한다.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본격 정착하기 시작한 2020년 전후부터 ‘신도시 부부룩’ 등 같은 의미와 다른 호칭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신도시 부부룩’은 송도, 동탄, 판교 등 신도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의 복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슈프림, 아미 등 브랜드도 이때 등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40대가 흔히 말하는 ‘젊은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한 젊은 소비자의 불만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직장과 사회에서 맞닥뜨린 이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40대라는 세대로 치환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현상이라도, 업계의 고민은 여전하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전략상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거부감을 키울 경우,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40대를 놓칠 수도 없어 당혹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제외한 특정 세대와 엮이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업계 분위기가 있다”며 “명품 브랜드 ‘톰 브라운’의 경우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자 리셀가가 확 떨어지고 가품이 확 늘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러닝 시장에서 40대 못지않게 60대 소비자도 증가했는데, 유독 40대 고객에게만 반감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영포티 브랜드’로 낙인찍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문을 연 더현대 서울 온러닝 매장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