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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비행기모드·택시 말고 자차 이용… 007 뺨치는 행동수칙 “그래도 잡힌다”

‘마약 드라퍼’ 판결문 분석해보니
마약 좌표 확인 땐 최장 한달치 CCTV 확인
평균 한달여 활동…1g 던졌다 10개월 징역

경찰이 마약을 전달하는 드라퍼(Dropper)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들여다보면 ‘행동 수칙’이 나온다. ▷주택가 화단, 배전함 등 물색해서 던져야 함 ▷택시를 이용하고 자차를 타지 말 것 ▷방범용 CCTV가 보이면 던지지 말 것 등이다. 드라퍼를 고용해서 부리는 상선들이 검거를 피하려고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형사들은 마약을 던진 ‘좌표’(위치)를 알아내면 그곳의 일주일 치 폐쇄회로(CC)TV를 다 뒤진다. 이런 수사 관행이 알려지니 요즘엔 약을 숨기는 시점과 구매자가 찾아가는 시점이 한 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의 한 형사는 “CCTV에서 들켜서 검거되는 것보다 한 달 약을 방치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치밀하게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수사망에 걸리기 마련. 특히 길거리를 배회하며 마약을 뿌리는 드라퍼는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단순 배달이었다고 변호해도 무거운 형사처벌을 피하긴 쉽지 않다.

‘단순 배달책이라도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판결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우리 사법체계는 마약을 판매하거나 운반하고 은닉하는 행위를 큰 형량으로 다스린다는 엄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필로폰 1g을 던지다가 걸렸더라도 인생을 날릴 수 있다. 아무리 “마약인줄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피고가 조금이나마 불법 약물임을 인식할 만한 정황이 보인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처벌하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 법원의 처벌 경향을 확인하고자 헤럴드경제는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마약’, ‘운반책’ 등의 키워드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이달 11일 사이 난 1심 판결문 43건을 추렸다. 이 가운데 피고가 징역형을 받은 판결은 모두 26건이었다.

범행 기간은 짧고 형량은 무거웠다. 판결문에 나타난 드라퍼들의 평균 범행 기간은 약 33.3일이었다. 하루 일을 하고 검거된 경우도 있었다. 1심 평균 형량은 3년 6개월로 나타났다.

드라퍼 A는 서울 성동구에서 필로폰 총 1.5g을 소분해 3회에 걸쳐 여기저기에 던졌다. 건당 5만원씩 총 15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1심 법원은 그에게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마약사범에 적용되는 법률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범)’이 적용된다. 소지하고 있거나 취급했던 불법약물(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의 금액적 가치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형을 더 무겁게 내릴 수 있다. 가액이 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5000만원을 넘기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일대에서 필로폰 1482g을 소지하고 던지기했던 드라퍼 B는 7년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B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의 가액을 도매가 기준으로 1억5000만원으로 산정했다.

드라퍼들의 취급 약물은 필로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26명의 드라퍼 가운데 21명이 필로폰을 취급했다. 드라퍼의 일당도 제각각이었다. 서울 일대에서 활동하던 한 드라퍼는 건당 5만원을 받았다.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서 활동했던 또 다른 드라퍼는 건당 1만원을 받았다. 박준규·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