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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도 원청과 직접 교섭, 교섭단위 분리 기준 명문화”...노란봉투법 시행령 마련

노조법 2·3조 3월 10일 시행 앞두고 세부 절차 공개
사용자성 판단·교섭 매뉴얼 연내 마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맞춰 하청노조의 원청(사용자) 직접 교섭 절차를 처음으로 시행령에 명문화한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구조는 유지하되,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이해관계가 뚜렷이 다를 경우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노동조합의 조직 범위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 대표의 적절성, 당사자의 의사 등을 기준으로 교섭 단위 분리 기준을 구체화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간 실질적 교섭이 가능해지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하청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사용자)과 대화하지 못했던 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이라며 “노사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되, 개정법 취지에 따라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확보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시행령의 가장 큰 변화는 원·하청 교섭 절차를 구체화한 점이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원청사용자(대기업)의 하청(협력업체)노조는 하청사용자와만 교섭을 진행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 판정 없이는 대화 자체가 막혀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노동위원회가 신속히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인정하면, 원청사용자는 하청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생산라인 조정으로 조출·잔업을 축소해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든 경우, 하청노조는 “원청 결정이 우리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A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노동위원회가 A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A기업은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김 장관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원청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 및 부당노동행위 사법처리를 통해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의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하청노조가 별도의 대표 교섭 창구를 구성할 수 있게된다. 원청노조는 정규직 임금을 원청 사용자와 교섭하고, 하청노조는 본인들의 기본급 조정, 작업 속도, 안전 기준 협의를 원청 사용자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청노조 내에서도 별도 의제에 따라 교섭 단위를 나눌 수도 있다. 예컨대 프레스 하청노조, 도장 하청노조, 물류 하청노조 등 각 하청노조가 독립 교섭단위로 인정을 받는다.

김 장관은 “노사가 교섭 방식에 자율적으로 합의하면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것이며, 합의가 어렵다면 노동위원회가 현장 여건에 맞게 교섭단위를 판단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용자성(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권한 여부) 판단 절차도 보강됐다. 기존에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여부를 10일 안에 결정해야 해 충분한 검토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불인정’ 결론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판단 기간을 최대 20일로 늘리고, 노동위원회가 당사자 제출 자료 외에도 현장 직권조사를 통해 사용자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 간 사용자성 범위 해석이 엇갈릴 경우를 대비해 전문가로 구성된 ‘사용자성 판단 지원위원회’도 운영한다.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세부 지침은 연말까지 공개된다. 노동부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 지침 ▷노동쟁의 대상 범위 지침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 등 3종 지침을 마련한다. 김 장관은 “지침과 매뉴얼은 노사와 전문가, 관계부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구체적 기준과 사례를 담겠다”며 “법 시행 초기 현장에서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위원회와의 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원·하청 교섭질서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동위 인력을 확충하고 현장지원 TF를 운영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입법예고 기간 동안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노사자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을 최종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시행령이 개정 노조법 시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 정부는 노사 상생과 격차 해소 등 진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나가겠다”며 “국정과제인 초기업교섭 활성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