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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경사노위, 26년 만에 공식 접촉…사회적 대화 재개되나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문
“첫 단추 꿰는 계기 될 수도”…민주노총은 “상견례일 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민주노총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6년 만에 공식적으로 마주 앉았다. 장기간 멈춰 있던 사회적 대화가 재개될지, 정부와 노동계 간 ‘닫혀 있던 통로’가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25일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을 찾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상견례를 가졌다. 경사노위와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식 접촉은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경사노위 전신)를 탈퇴한 이후 처음이다. 양측은 인사말을 나눈 뒤 비공개 환담을 이어갔다.

경사노위는 이번 만남을 “역대 위원장 취임 후 첫 사례”로 규정하며 “민주노총과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경사노위가 민주적·사회적 대화 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참여 주체가 함께 힘을 모아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국면에서 공기업·대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이후 지도부는 여러 차례 복귀를 논의했으나 강경파 반발과 다수결 의사결정 구조 등 제도적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 민주노총은 국회가 주도한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며 주요 노동 현안을 논의했지만, 경사노위 복귀 문제는 별도로 다뤄왔다.

이번 26년 만의 접촉은 최근 정권 교체와 함께 분위기가 바뀐 점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사노위의 조속한 정상화에 노사가 힘을 합쳐달라”며 산업안전, 저출생·고령화, 기술 대전환 등 구조적 난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 복원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 5일 취임 직후 한국노총(7일)을 시작으로 경총(11일), 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19일), 한국경제인협회(20일) 등을 방문하며 노동계·경제단체의 의견을 두루 청취했다.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한 곳은 사실상 민주노총뿐이었다.

다만 민주노총은 이번 상견례를 경사노위 복귀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장관과도 이미 여러 차례 만났고 중앙노동위원장 예방도 예정돼 있다”며 “이번 만남은 상견례일 뿐, 경사노위 참여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이 노동계·정부 간 단절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대통령의 정상화 메시지, 경사노위의 연쇄 접촉, 산업안전·정년·노동시장 개편 등 구조적 현안을 고려하면 향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인사말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해 모든 참여주체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힌 점도 경사노위의 대화 복원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날 상견례는 비공개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26년 만의 공식 대면이라는 상징성, 정부의 사회적 대화 복원 의지, 경사노위의 적극적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만남이 향후 대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