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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통령 순방 기간 집안싸움…‘정청래룰’ 속도조절[이런정치]

‘로키’ 자처했던 與…‘1인1표제’ 내홍 심화
중앙위 최종 의결 일주일 연기 “보완책 마련”
“李대통령 순방 뒷받침하겠다더니 행동은 딴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날 예정된 당무위원회에서 논의될 ‘당원 1인 1표제’ 관련해 제고 요청을 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외교 성과를 가리지 않겠다며 ‘로키’(Low key) 행보를 자처했던 여당에서 집안싸움이 터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당헌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계파갈등으로 번지면서다.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의 최종 결정 시한을 늦추며 수습에 나섰지만,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다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의 순방을 뒷받침하겠다고 말은 여러 번 했는데 행동은 딴판”이라며 “대통령이 순방만 가면 당이 시끄러워지는 상황이 거듭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법사위원들의 검사장 고발, 정 대표의 당헌·당규 개정 밀어붙이기에 대한 반발로 당내에서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문제가 또 불거졌다”라며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른 지난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 일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며 민주당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말처럼 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알리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대통령의 순방은 민생과 아주 직결된 내용”이라며 “순방 내용과 성과에 대해서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언한 ‘로키’ 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 대표가 띄운 당헌·당규 개정안을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9~20일 164만여명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투표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당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통상 당무 관련 투표에는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왔는데, 이번에는 ‘10월에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는 대폭 완화된 규정이 도입되면서다. 당내 일각에선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가 설계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저조한 투표율도 문제가 됐다. 해당 투표는 약 27만명의 권리당원이 참여하면서 16.81%의 투표율이 나왔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투표에 부쳐진 모든 안건이 8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후 의견 수렴 과정에의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친명계의 비판이 공개적으로 쏟아졌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수십년간 운영해 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내부 이견이 분출하자 오는 28일로 예정했던 중앙위원회 의결을 다음 달 5일로 일주일 미루고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고위-당무위-중앙위 순으로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21일 해당 안건을 의결했고, 전날 당무위에서도 처리됐지만 중앙위에서의 최종 의결은 연기된 것이다.

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의 주요 정치 이벤트마다 당이 주도하는 이슈가 이 대통령의 성과를 가린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돼 왔다. 지난 9월 11일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의 이른바 ‘투톱 갈등’이 떠올랐고, 같은달 24일 유엔(UN)총회 기조연설에 앞서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여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됐다. 투톱 갈등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로 돌아왔고, 법사위가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당 지도부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