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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 vs 연금 수익성, 국민연금 활용 딜레마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 카드 꺼내
최대 500억弗 공급 효과 있지만
국민연금 수익 훼손 비판 지적도


환율 안정을 위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서 외환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국민의 노후 핵심 자산인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하면 시장에 500억달러가량이 추가로 더 공급할 수 있고, 이 자체로 외환시장은 대폭 안정될 수 있다. 동시에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이 알려지면서 특정 환율 레벨에 대한 경계감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의사결정 최우선 기준을 수익률로 삼아야 하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제수지 금융계정 내 주식(자산) 항목은 누적 718억4220만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기록 421억9690만달러와 비교해 296억4530만달러나 많고, 기존 연간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685억3220만달러)도 이미 뛰어넘었다.

특히 3분기 주식(자산) 231억6080만달러 중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억1660만달러에 달했다. 3분기 해외 주식투자의 절반가량이 사실상 국민연금의 투자였다. 같은 기간 개인이 속하는 비금융기업 등 항목은 32억7250만달러였다.

즉, 올해 시장에서 주요한 달러 수요 주체로 국민연금이 활동했고,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역설적으로 이 덕에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환율 안정 효과도 커졌다. 전략적 환헤지는 외화자산의 10% 이내에서 추가로 국민연금이 환헤지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제도다. 현재는 5% 이내의 전술적 환헤지만 사용하고 있다.

한은과 정부 등에 따르면 2025년 5월말 국민연금 외화자산은 총 5138억9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4807억3000만달러에서 331억6000만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이중 대부분은 달러 외화자산으로 5월말 기준 3767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말 3637억3000만달러에서 129억8000만달러가 증가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실제로 전략적 환헤지를 사용하게 되면 외환시장은 빠르게 하향 안정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선물환매도(숏)’하면 시중은행은 ‘선물환매수(롱)’하게 되고, 이에 시중은행은 롱 포지션을 중화하기 위해 현물환을 시장에 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며 환율은 하방압력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전략적 환헤지가 단행될 경우 376억7100만달러(5월말 달러 외화자산 3767억1000만달러의 10%)의 추가 공급 여력이 생긴다. 전술적 환헤지에서도 잔존 여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5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달러 숏은 111억7000만달러로 전술적 환헤지 한도인 5%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500억달러 가량의 추가 달러 공급 여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안정에 동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전략적 환헤지가 특정 환율 레벨에서 발동하게 되면 시장에는 일종의 ‘레드라인’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이 자체로 시장 왜곡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익률을 최선으로 운용해 국민의 노후 자산을 쌓아야 하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동원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환차익을 일정 수준에서 의무적으로 막는 방식인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제한하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기는 하지만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홍태화·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