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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28.2세 아레테 콰르텟…톨스토이 소설보다 더 ‘빨간맛’ 야나체크로 첫 음반

첫 음반에 ‘프라하의 봄’ 우승곡 담아
애플 레이블 플랫툰 ‘첫 피지컬 앨범’
29일 예술의전당서 전곡 연주 예정

아레테 콰르텟 [목프로덕션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경험하지 않았기에 상상이 더해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어쩌면 훨씬 더 빨간색의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첼로 박성현)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 영감을 받아 태어난 야나체크의 ‘크로이처 소나타’. 바람난 아내를 죽여버리는 결말에 충격받은 야나체크는 소설 속 여자를 가련한 여인의 초상으로 그린다. 이 음악이 평균 나이 28.2세, 아레테 콰르텟의 선율을 통해 태어났다.

첼로 박성현(32)이 ‘빨간 맛’을 입에 올리자 다른 세 멤버는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참았다. 박성현은 “(해석이) ‘너무 과하지 않나’ 물으면 ‘경험해 봤냐?’고 반문하며 하나의 뜻으로 모아갔다”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정이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아레테 콰르텟에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 우승의 영예를 안겨준 야나체크가 이번엔 음반으로 담겼다.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녹음을 진행한 음반이 글로벌 배급사인 플래툰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플래툰은 2018년 애플이 인수한 레이블로, 구스타보 두다멜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이 소속 아티스트로 있다. 한국에선 2024~2025년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한 서울시향의 말러 음반을 발매했다. 아레테 콰르텟은 플래툰과 계약한 최고의 한국 실내악단이다. 실물 음반은 다음 달에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인 플래툰에서 피지컬 앨범이 나오는 것은 아레테 콰르텟이 처음이다.

음반엔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전곡과 요제프 수크의 ‘옛 체코 성가 성 바츨라프에 의한 명상곡’ 등 체코 작곡가로만 채웠다. 현악 4중주 단체가 보통 실내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이나 베토벤을 앨범에 담는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다.

아레테 콰르텟 [목프로덕션 제공]

제1바이올린 전채안(28)은 “아레테 콰르텟이라는 팀으로 나간 첫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곡을 첫 음반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첼로 박성현 역시 “콩쿠르 때도 심사위원분들이 야나체크의 해석이 굉장히 신선하고 설득력 있었다는 평을 해 우리가 야나체크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콩쿠르에서 첫 음반으로 이어지다 보니 야나체크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있어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이 음반은 가장 큰 장점이면서도 도전이었던 셈이다.

네 사람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는 특히나 높은 난도로 연주자를 괴롭힌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현은 “야나체크는 실제 음이 아닌 사람 목소리의 음형을 갖고 작곡해 더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고 있는 데다 굉장히 드라마틱하다”며 “야나체크의 곡은 ‘말 없는 오페라’라 할 만큼 극적인 서사를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요제프 수크는 체코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담고 있는 작곡가로 선정했다고 한다.

생애 첫 음반인 만큼 그간 해보지 못한 경험도 많이 했다. 전채안은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며 “네 사람이 예민한 상태로 붙어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좋은 음악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고 했다. 비올라 장윤선은 “녹음이 끝나고 나오면 늘 어두워진 상태라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점은 다행이었다”며 “녹음 중 감정적인 것이나 스트레스받은 것은 각자 풀고 다음 날 다시 만나 녹음하는 과정이 신선했다”고 했다.

‘겨울 녹음’이었다는 것도 난관이었다. 악기의 온도, 습도 유지나 녹음 중 소리가 들어갈 우려가 있어 히터는 금물이라 추위를 많이 타는 아레테 콰르텟에겐 특히나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레테 콰르텟 [목프로덕션 제공]

올해로 데뷔 6주년을 맞은 아레테 콰르텟은 여전히 젊은 악단이다. 2019년 결성 이후, 세계 유수 콩쿠르를 휩쓸며 ‘도장깨기’를 했고, 올해는 금호아트홀의 상주 아티스트로 선정돼 4번의 공연을 마쳤다.

결성 초창기와 비교하면 달라진 것이 너무도 많다. 박성현은 동생들을 단속하면서도 세 사람의 헌신엔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2년 전에 합류한 막내 (박)은중(제2바이올린)이가 누나들한테 잘하려 하고, 형한테 거슬리지 않게 행동하려 하는 것이 무척 대견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음악은 앉아서 긋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은중이는 물론 늘 애쓰는 윤선이의 노력, 리더 채안이가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장윤선(30)도 “초반엔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악기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 고민했다면, 지금은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 ‘악기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악기를 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통과 존중, 이해가 바탕을 둬야 한다는 것을 느껴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박은중(24)은 “이제 합류 2년이 돼가는데 처음엔 팀에 녹아들기에 급급했는데, 요샌 음악의 본질을 조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그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벅차했다. 전채안은 “많은 기회로 좋은 연주를 하며 더 많은 무대를 통해 음악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쉼 없이 달려왔지만, MZ(밀레니얼+Z) 콰르텟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박성현은 “저흰 지금 하나의 챕터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상주음악가가 된 이후의 콩쿠르는 국가대표 같은 느낌이 있다”며 “그래서 한국에도 이런 팀이 있고 음악성이 유럽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증명하고 있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도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했다. 아레테 콰르텟의 음반 전곡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IBK홀, 12월 6일 통영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