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헤럴드광장] 자신에게 맞는 연금의 인출 전략을 찾아라


드라마 한 편이 중년의 속을 찌른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김낙수는 퇴직 후 길을 잃는다. 건물주인 친구는 월세만으로 삶이 굴러가는데, 그는 상가 투자 사기에 빠져 퇴직금과 빚까지 더해 10억원을 날린다. 웃기지만 웃기지 않은 장면이다. 많은 이들이 그 장면에서 자신을 본다.

회사 밖 삶의 첫 장애물은 소득의 단절이다. 당장 월급이 끊기면 그 공백을 메울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노후 삶의 질을 가른다. 바람직한 연금 인출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우선 노후에 맞이하게 될 재무적 리스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재무적 리스크를 대비할 올바른 인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장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들 수 있다. 내 수명보다 자산의 수명이 짧아서 살아 있는 동안 은퇴 자산이 고갈될 위험이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인해 노후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인플레이션은 특히 치명적이다. 이전에는 적절한 노후 생활비로 월 200만원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월 3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월 400만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노후 재무적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인출 전략의 목표는 단순하다. 죽을 때까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자동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 국민연금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다.

자신에게 맞는 연금 인출 전략은 4단계로 정리된다. 첫째, 은퇴 초기 활동적 소비를 할지, 일정한 지출 패턴을 유지할지, 후반 의료비 중심 지출을 대비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이 인출 속도를 결정한다.

둘째. 국민연금의 활용방법을 정한다. 국민연금은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상 수급연령보다 일찍 수령하거나 늦게 수령하는 것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일찍 수령하는 것을 조기연금, 늦게 수령하는 것을 연기연금이라고 부른다. 조기연금은 정상적으로 수령할 때보다 1년당 6%씩 감액돼 지급된다.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액이 1년당 7.2% 늘어난다. 장수리스크를 우려한다면 연기가 합리적일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 외 은퇴자산 즉 사적연금과 기타 은퇴자산이 얼마가 되는지 계산하고 이의 활용 전략을 결정한다. 사적연금 적립금과 기타 금융자산을 활용해 은퇴소득을 어떻게 창출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노후 생활의 계획과 목적에 맞춰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필요한 현금흐름에 맞게 인출시기와 금액을 결정한다. 이때 세금도 변수다. 일시금은 과세 부담이 크고, 연금 형태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끝으로 목표했던 연금 생활비 등이 부족하다면 기타 금융자산이나 주택 등 부동산을 활용해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은퇴 후 주소 이전 전략도 현실적 대안이다.

노후는 백 명이면 백 가지다. 교과서 한 권이 모든 사람에게 맞을 수 없다. 그러나 원칙 하나만은 흔들리지 않는다. 수명을 견딜 소득 구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 김낙수가 퇴직 직후 냉정하게 인출 전략을 점검했다면 10억의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근속이 만든 공백 앞에서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수록 전문가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현금흐름 구조를 먼저 세우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