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등 유럽서 설비 600만톤 폐쇄
韓 일부 반사이익 노린 소극적 행보 비판
韓 일부 반사이익 노린 소극적 행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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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내에 있는 롯데케미칼 공장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석화) 구조조정 움직임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 한국 간 행보가 대조적이다.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손모빌 등은 유럽 내 석화 설비 폐쇄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 내 구조조정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시황 회복 시 설비 감축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가 설비 통합 가이드라인 제출 시한으로 연말을 언급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남은 기간 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유사인 엑손모빌은 최근 스코틀랜드에 있는 연간 83만톤 규모의 석화 설비인 에틸렌공장을 내년 2월부로 영구 폐쇄한다고 밝혔다. 1985년 첫 상업 가동을 시작한 이래 40여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엑손모빌은 애초 공장 폐쇄가 아닌 매각을 검토했다. 하지만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시황과 설비 효율성 한계, 영국 내 정책 환경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폐쇄를 결정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손모빌의 스코틀랜드 공장 폐쇄는 시황의 사이클 회복만으로 유럽 석화 업황의 구조적 어려움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고 분석했다.
앞서 글로벌 석화기업인 리온델 바젤은 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 있는 석화 설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대표 화학기업인 다우는 올해 7월 독일과 영국 등에 있는 석유화학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2022년 이후 유럽에서 폐쇄 등이 결정된 에틸렌 생산능력이 600만톤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국내는 상대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기업들에 연말까지 최대 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기업은 없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산단 내 석화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이르면 이달 정부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수와 울산 등 다른 석화산단에서는 기업들끼리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설비 감축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방 사업 회복으로 향후 시장구조가 공급자 우위로 전환될 시 생산라인 축소를 단행한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석화기업들은 글로벌 석화설비의 구조조정 움직임으로 이미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울산산단에 있는 대한유화가 대표적이다. 대한유화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들은 국내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NCC 감축 대신 ‘버티기 모드’를 택할 수 있다.
각 사 간 지분 현황 등 복잡한 이해관계도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과 여수 NCC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는 미국 정유사인 셰브론, GS에너지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석화 설비 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선 셰브론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중국발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기초 석화 설비 통폐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노후화된 설비 폐쇄를 추진함과 동시에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최대 석화 국영기업인 시노펙은 지난 8월 장쑤성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2028년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최대 1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영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