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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미리 ‘트럼프 공략법’ 코치...美 특사, 러 통화 유출 파문

블룸버그 “트럼프 특사 위트코프, 지난달 푸틴 보좌관과 통화”
“중동 평화 칭찬하고 우크라 영토 받아라” 조언 정황
트럼프 “표준 협상 방식” 두둔에도 “말도 안되는 일” 비판 커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모스크바를 찾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환영하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달 러시아 고위 인사에게 전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노력을 칭찬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받아내라는 식의 ‘코치’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위트코프 특사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지난달 14일 나눈 통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통화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협정을 중재한 뒤 이집트를 방문해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한 직후이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 방문하기 3일 전이었다.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깜짝’ 전화 통화를 하고 그와 정상회담을 약속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로 러시아에 크게 유리한 종전안을 압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통화하는 과정에서 러우전쟁 휴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정상회담은 취소됐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가 종전 협정에서 원하는 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조언했다. 약 5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올 것이라 알리며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전에 당신의 보스(푸틴 대통령)와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샤코프 보좌관은 젤렌스키 방미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게 유용할지 물었고 위트코프 특사는 그럴 것이라 답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 협정 체결을 축하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주의자로 존경한다고 말할 것을 추천하며 “그렇게 하면 정말 좋은 통화가 될 것”이라 ‘팁’을 전했다. 또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통제하고 별도로 우크라이나와 ‘영토를 교환하는’ 방법도 언급했다. 그는 우샤코프에게 “이제 나는 평화 협정을 성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도네츠크(돈바스 일부 지역)와, 아마도 어느 땅과 다른 땅의 교환”이라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양보는 이달 미국 정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종전안 초안 28개 항목에도 들어가 있다. 크림반도,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5개 지역은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러시아는 이 5개 지역을 제외하고 합의된 지역들은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에 크게 유리한 내용으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과 협상해 항목을 19개로 줄이고, 우크라이나 입장을 일부 반영한 새로운 초안을 두고 양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위트코프의 ‘조언’ 때문인지,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가자 협정 체결 성공을 축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제시했던 종전안도 러시아에 크게 유리해, 우크라이나가 수용을 거부했던 내용들이었다.

이는 이번달 나온 우크라이나 평화구상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위트코프 특사와 우샤코프 보좌관 간의 통화를 두고 “우크라이나에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한 28개 조항 평화안의 기원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부동산 사업가다. 외교관을 포함해 공직을 수행해본 경험은 없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함께 러우전쟁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외교 경험이 없는 대통령 측근들이 막후에서 진행하는 협상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고, 이번 통화 유출은 이 같은 우려를 더 부채질했다.

이런 우려는 공화당 내에서도 나왔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엑스(옛 트위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차적인 일과 비밀 회동이 중단돼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논란이 가중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인 것”이라며 위트코프 특사를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협상 담당자가 하는 일이 그것”이라며 그러한 접근이 “표준 협상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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