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사주 강제소각시 적대적 M&A 등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노출”

국회 ‘3차 상법개정 토론회’
학계, 개정 리스크 우려 및 대안 마련 목소리 봇물
“美·英·日은 소각 의무화 사례 없어”
“포이즌필, 황금주 등 방어 수단 필요”
“기업 경영 안정화 고려 없는 소각 의무화”
“새로운 부작용 우려” “대안 검토 필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여당이 기업들에 자사주를 1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 허용 등 대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쏟아졌다. 개정안의 골자는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사주를 기업이 임의로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라 주주총회의 통제를 받는 자본으로 규정,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문제는 자사주가 국내 기업들의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패란 점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에서 발제에 나서 자기주식의 활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자기주식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보상 수단 ▷경영권 방어 및 지분 구조 관리에 활용된다.


▶“글로벌 스탠다드 아닌 과도한 규제”=권 교수는 우선 자기주식 취득은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며, 회사가 자신의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시장에 신호로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으로 임직원에게 주식 기반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없이 인재 유치와 동기 부여가 가능하고 부연했다. 특히 자기주식 취득으로 주가가 오르면 인수희망자가 시장매집이나 공개매수에 나설 때, 처음 예정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 있어야만 제대로 적대적 M&A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해당 인수희망자의 M&A 의도를 좌절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자기주식 소각 강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 과도한 규제”라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자기주식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사례가 없다”고 했다. 자사주 보유를 폭넓게 인정하거나 위법하게 취득한 경우에 한해 소각 또는 처분 의무를 부과할 뿐이란 설명이다.

또한 자기주식 소각을 강제하면 주가 부양 효과와 경영전략적 기능이 약화되고,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주식) 강제 소각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져 적대적 M&A 등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가 되는 문제가 있다”며 “회사가 적대적 M&A에 대해 아무런 방어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경영에 대한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사가 합병 등에서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소각을 강제하면 회사 재편에 필요한 전략 실행도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포이즌필 등 방어 수단 허용해야”=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목적의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다. 민 교수는 “자기주식 소각이 자본총계에 변동을 가져오지 않으나 특정목적의 자기주식의 경우 소각 시 자본금이 감소한다”며 “금융회사의 경우 업권별 자본금 규모에 따라 영위 가능한 사업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별도의 자본금 감소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보유 자기주식과 관련해선 “신규로 취득할 자기주식은 반드시 소각한다고 규제하면 향후 자기주식은 주주 환원 용도로만 쓰여 어느정도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다만 당장의 주가 부양 효과는 기존 보유 자기주식을 소각할 때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1차적 대안으로는 ▷특정목적에 의해 취득된 자기주식은 소각대상에서 제외 ▷소각 의무화보다 처분 방법에 주주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 추가를 꼽았다. 이어 본질적 대안으로는 경영권 방어 수단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에서 활용 중인 차등의결권(창업자나 지배주주 측에 주당 의결권 수를 더 많이 부여),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적대적 인수 등에 특별한 거부권이 부여된 주식) 등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해서만 차등의결권이 허용된다.

게티이미지

▶“기업 자율성·재무정책 유연성 감소 우려”=이어진 토론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자기주식 취득과 보유 자체가 자본시장에 부정적 신호라고 해석할 수 없다”며 “사전적으로 기업의 전략적 재무 수단을 원천 차단하기 보다는 불공정 거래 등을 사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 안정화에 대한 고려 없이 현재 유일한 방어 수단인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시행하기 보다는 관련 법제 개선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은 채 장기간 보유되는 관행은 비효율적 자본 축적을 조장하고 기업이 주주환원을 적극 실행 않는 구실로 악용될 수 있어 분명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강제 소각이 해결책이 아닌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주는 인수합병에서의 교환 수단, 성과보상 재원, 급격한 시장 충격 시의 주가 안정 등 전략적 활용 영역이 매우 넓다. 일률적 소각 의무는 기업의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재무정책의 유연성을 현저히 줄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의 법제화는 물론, 경영권 방어 정당성에 관한 일반적인 방어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