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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최고의 명당” 청학이 날아와 앉은, 월아산 청곡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98) 경남 진주시 청곡사, 두방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경남 진주시 청곡사 전경


간혹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특별한 사찰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 7만개 이상이라는 교회 숫자에 비해선 월등하게 적지만 1만여개가 훨씬 넘는 사찰이 있고 이 중 전통 사찰도 1000여개에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는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에 이르기까지 국교로 자리 잡았었기에 여러 역사와 특별한 신화가 깃들어 있으며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 사찰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다. 진주성, 논개와 촉석루, 남강 유등축제 등으로 알려진 35만 도시 경남 진주시를 오랜만에 찾게 됐다. 국화꽃 축제가 한창일 때 우연히 찾게 됐지만 필자가 진주 정씨(晉州 鄭氏)여서 고향 같은 또 다른 친근감이 드는 곳이다.

진주 월아산 등산 안내도

진주에는 해발 482m의 나지막한 월아산(月牙山)이 있고 그곳에 조그만 전통 사찰 청곡사, 두방사가 있다고 해 짬을 내서 잠시 들르게 됐다. 그런데 청곡사는 진주시 유일한 국보와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는 생각지 못한 보배 같은 사찰이었다. 특별히 관광지로 알려진 것도 아니고, 주변의 풍광이 특출난 것도 아니기에 필자에게는 생소한 곳이었다.

진주 청곡사 전경

달이 떠오르는 모양을 한 산이라는 월아산은 남북 두 봉우리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이 인근 금호지에 비치는 모습이 진주 12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김덕령이 이곳에 목책성을 쌓고 본영으로 삼았다고 하는 곳이다.

지역민들은 월아산에 떠오른 달이 마치 산이 달을 뱉어내는 듯해 기세가 아름답고 그 모습이 장관이어서 ‘아산토월(牙山吐月)’이라 부른다는데 낮이라 이를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푸른 학이 내려앉은 명당 청곡사

‘월아산 청곡사’라고 적힌 일주문

진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월아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그곳 주차장에서 절로 들어가는 숲길로 들어서니 곧바로 ‘월아산 청곡사’라는 일주문(一柱門)을 만나고 그 옆에는 월아산의 정기가 모인 ‘학영지’라는 조그만 연못이 있다.

일주문 옆에 있는 연못인 학영지

연못 가운데에는 오래된 나무가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주문 옆에 있는 연못인 학영지

금방이라도 청학이 날아와 물도 마시고 목욕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고승들의 부도탑군

이곳에서 청곡사를 자세히 바라보면 월아산 정상에서 내려온 청학의 머리 모양이 보인다고 한다.

고승들의 부도탑군

고승들의 부도탑군을 지나면 경내로 들어가는 ‘학이 찾아드는 다리’라는 뜻의 돌다리 방학교(訪鶴橋)다.

천왕문

방학교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월아산 청곡사라 적힌 현판이 걸린 천왕문인데 사천왕상이 없다. 안타깝게도 수십 년 전 도난당했다고 한다.

범종각

천왕문과 종루 밑 하심문(下心門)을 통과하면 대웅전 앞마당이다.

하심문 2층에 걸린 환학루 현판

하심문 2층은 학이 항상 날아와 앉던 자리라 하여 붙인 ‘환학루(喚鶴樓)’ 현판이 걸려있고 그 앞에는 수백 년 된 고목들이 울창이 절을 지키고 있는데 학영지, 방학교, 환학루 등 그 이름이 청학과 연관돼 보인다.

진영각·칠성각·독성각

청곡사의 절터를 청학포란형의 완벽한 명당임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라고 한다.

진영각 내 도선국사, 진감국사, 실상대사 진영

신라 말(879년)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가 남강에서 학이 이곳으로 날아와 앉으니 성스러운 기운이 서려 살펴본즉슨 천하에 명당이라 이곳에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청곡사 이름도 청학과 물줄기가 만나는 곳(계곡)에서 청학이 알을 품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나한전

절에 가면 대부분의 탑은 대웅전 앞뜰에 부처님을 마주하고 있는데, 청곡사는 대웅전 앞에 탑이 있지 않고 엉뚱하게도 절의 구석 자리인 나한전 옆에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나한전 옆 삼층석탑

금학의 형상을 갖춘 청곡사는 대웅전 앞에 탑을 안치하면 학의 머리 위에 탑을 얹은 셈이니 이러면 학이 날 수가 없어 불상 다음으로 신성시하는 탑을 부화시킬 알로 생각하고 학의 품에 해당하는 날개 밑에 배치했다고 한다.

고려 전기에 세운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3층 석탑이 있는 자리는 풍수적으로 기(氣)가 가장 세서 풍수 연구가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할매 산신과 신덕왕후의 청곡사

청곡사 영산회상전

신라 헌강왕(재위 875886년) 때 도선국사가 전국 500여 곳에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비보사찰을 건립하면서 879년에 남강에서 청학(靑鶴)이 날아와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함을 보고 청곡사를 창건했다.

1397년 조선 태조 6년엔 왕비인 신덕왕후가 서거하자 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이곳에 위패를 모시기도 했으나 소실과 중창을 거듭하다가 6·25 전란에 대부분 소실돼 2000년부터 대대적인 중수를 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경남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청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로서 15동의 건물이 있으며 국보 302호인 괘불탱화와 ‘석가여래삼존좌상’과 ‘금강역사상’,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제석천왕’, ‘대범천왕’ 등 많은 보물과 3층 석탑, 대웅전, 업경전, 괘불함, 영산회상 탱화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 예스러운 사찰이다.

청곡사 영산회상 괘불탱화

마당 한편에 자리한 성보박물관에는 조선조 1722년에 높이 13m 크기로 장대하게 조성된 국보 ‘영산회상 괘불탱화’가 모셔져 있다.

영산회상 괘불탱화 설명 안내문

영산회상도란 부처님이 49년간의 설법 중에서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법화경을 영취산에서 설법하신 것을 그린 것으로 많은 탱화들이 영산회상도이다.

3층 높이의 청곡사 탱화는 중앙의 부처님이 화려하고 섬세한 옷을 걸치고 있다.

청곡사 대웅전

청곡사 중앙에 있는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12년(광해군 4)에 재건한 것으로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처마 선이 아름답고 네 귀퉁이에는 처마 받침이 있어 웅장하고 화려해 보인다.

대웅전 석가여래삼존좌상

대웅전의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협시하는 석가여래삼존좌상은 1615년에 조성됐는데, 임진왜란 이후 불상으로는 170㎝의 대형 불상에 속하며 보물로 지정됐다.

대웅전 내부 장식은 불보살님이 돋보이도록 검소하게 지어졌으나 그림은 매우 아름답고 섬세하게 단청된 게 특징이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듯 화려한 국화 화분들로 장식돼 있다.

마당 좌측에는 불자들의 차담 공간으로 쓰이는 설선당이, 우측으로는 종무소인 선불장이 있고 정면에는 환학루 누각이 있다.

선불장은 ‘참선하는 전각으로 부처를 가려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2017년 복원해 종무소로 사용하고 있다.

업경전

청곡사에는 명부전 혹은 지장전 역할 하는 ‘죽은 이의 죄를 살피는 거울’이라는 뜻의 특이한 이름의 ‘업경전(業鏡殿)’에는 죽은 자까지도 구하기 위해 부처가 되기를 포기한 지장보살의 좌우로 염라대왕 등 10대왕(시왕十王)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늘어서 있다.

업경전 내부 법당

업경전에는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일괄’과 우람한 ‘금강역사상 2구’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염라대왕 등 십대왕은 타 지장전에서 보기 드문 해학적인 모습의 독특한 조각 형식으로 조형미가 뛰어나다.

‘금강역사상 2구’는 명부시왕(冥府十王)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데 대형 통나무에 이음새 없이 조각해 조각 수법이 뛰어나고 현실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청곡사 목조제석천상과 대범천상

조선시대 조성된 현존하는 유일한 ‘목조제석천상과 대범천상’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범천왕이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사바세계를 다스리는 천왕으로 불자들을 지켜주고 기도하는 불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천왕이다.

도리천주 제석천왕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을 보호하고 경호하며, 동서남북 사천왕과 삼십이천을 통솔하는 천왕이다. 특히 싸움을 일삼고 온갖 못된 것을 일삼는 사람들(아수라)을 징벌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천왕이다.

서별전

청곡사에는 대웅전 좌우에 업경전과 서별전이 있는데 서별전은 조선조 태조 왕비였던 신덕황후의 위패를 모신 전각이다.

서별전의 신덕황후 위패

임진왜란을 거치며 소실되었던 것을 최근 복원해 창건주 도선국사와 신덕황후, 그리고 임란 때 월아산성을 쌓고 왜적들과 싸운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위패를 함께 모시고 있다.

서별전의 도선국사 위패

신덕왕후의 본향은 곡산 강씨(谷山 康氏)인데 진주 강씨(晉州 姜氏)로 잘못 알고 진주 청곡사에 위패를 모셨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는 왕후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부처님께 향을 피워 공양하는 ‘청동은입사청곡사명향완’을 제작해 줬다. ‘청동 은상감 향로’는 국보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할매산신각

청곡사 가장 위쪽 구역에는 여자 산신을 모신 산신각이 있다.

할매산신각

창건 당시 주지 스님의 현몽으로 할매 산신을 모시게 됐다고 한다.

할매산신각 법당

할매(할머니)산신과 할아버지 산신을 동시에 모신 유일한 산신 기도처로 유명하다.

두방사 점판암 다층석탑

진주 두방사

월아산에는 또 다른 전통 사찰이 있다. 청곡사와 함께 신라 말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돼 청곡사 암자로 있다가 지금은 해인사 말사가 된 두방사다.

진주 두방사 전경

청곡사와 직선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산자락 길이 달라 삥 돌아가다 보니 자동차로 15분은 족히 걸렸다.

진주 두방사 다층석탑

두방사에는 특이한 석탑이 있는데 탑의 돌이 푸른색을 띠고 있어 청석탑이라고도 하는 12~30층의 다층석탑이다. 탑의 돌이 점토나 화산재 등이 쌓여서 만들어진 점판암으로 돼 있는데 평면 조각으로 잘 갈라진다는 특성 때문에 통일신라 말기부터 고려시대까지 점판암 탑들이 유행했다고 한다.

이 다층석탑도 신라시대에 창건된 법륜사에 세워져 있었으나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일제 강점기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4m 정도 되는 크지 않는 석탑인데 색상 때문에 그러한지 신비스러움이 있다.

진주 두방사 무량수전

진주의 젖줄인 남강이 허리를 감고 도는 월아산은 지리산 끝자락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수많은 국란기에 우국충정의 국가관을 갖게 했던 진주 지방의 이름난 명산이라고 한다.

상상의 새인 청학(靑鶴)은 신선이 타고 다닌다고 하는데 청곡사는 청학이 알을 품고 있는 청학포란형(靑鶴抱卵形)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특이한 역사가 있는 청곡사에는 특별한 전각들도 많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