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표준화한 재무·지배구조 체계
정보 비대칭·자문 인프라 부재
지역맞춤 평가모델 등 지원 필요
정보 비대칭·자문 인프라 부재
지역맞춤 평가모델 등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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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지역 중소기업은 여전히 ‘제값을 못 받는’ 현실에 놓여 있다. 실적이 나쁘지도 않은데, 주소지가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기업가치가 뚝 떨어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정보 접근성도 수도권에 비해 제한적이다 보니, 시장은 이들을 온전히 바라보기도 전에 먼저 평가 절하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산업 생태계는 힘을 잃고, 투자 기회 또한 사라진다.
저평가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뚜렷하다. 첫째는 가치평가 체계의 비표준화다. 많은 지방 제조기업은 영업자산과 비영업자산이 혼재돼 있고, 토지·건물·설비 소유 구조가 한눈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재무 구조가 정형화돼 있지 않으면, 평가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레 할인 요소로 여겨진다. 여기에 대표자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경영권 승계 리스크로 해석되며 ‘오너 리스크’라는 또 다른 디스카운트를 만든다.
둘째는 정보 비대칭성이다. 수도권과 달리 전문 M&A 자문 인프라가 촘촘하지 않다 보니, 기업의 기술력·생산 공정·고객 기반 같은 질적 강점이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경쟁력이 명확한 기업임에도 시장에서는 ‘정보가 부족한 대상,’ 즉 불확실성이 큰 매물로 분류해 버린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벤처기업협회의 ‘벤처기업 M&A 현황 및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M&A가 성사된 벤처기업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 기업이 거래 정보·전문 자문·잠재 매수자 접근 등 거의 모든 M&A 인프라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지방 기업의 강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보의 공백’이 기업가치를 끌어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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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방 중소기업에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비가시적 자산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다져온 지역 공급망, 숙련 인력의 암묵지, 특정 품목에서의 독점적 지위, 공정 전환 과정에서 축적된 실전 노하우 등은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외부 기업이 돈과 시간만으로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강점이 현행 평가 체계에서는 정량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적 왜곡은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세 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기업 특성을 반영한 표준화된 가치평가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비영업자산 구조, 조직 의존도, 공급망 안정성 등 지방 기업에 특화된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지역 단위의 M&A 정보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하고, 잠재 매수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인수 이후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정책·금융 지원 장치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이는 매수자 관점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방 기업 인수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M&A는 단순히 숫자와 계약서의 문제가 아니다. ‘평가 체계’와 ‘신뢰 형성’이 핵심이다. 지방 기업이 저평가되는 이유는 경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경쟁력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지역 산업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지방 기업이 가진 비가시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지방 기업의 가치를 바로잡는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 기반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노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