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 갈수록 ‘영장 줄기각’
해병특검은 단 1명 구속…김건희특검은 남은의혹 상당수
해병특검은 단 1명 구속…김건희특검은 남은의혹 상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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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기·조은석·이명현 특검[연합] |
오는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을 맞는다. 초유의 비상계엄에 대한민국은 대혼돈의 1년을 보내왔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결국 탄핵됐으며,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또한 마찬가지로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서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은 대한민국을 대대적인 개혁 국면으로 이끌었다. 사법부와 검찰, 그리고 시민사회의 대개혁이 진행 중이다. 본지는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각 분야의 변화된 모습을 진단한다.
[헤럴드경제=윤호·김아린·이용경·안세연 기자] 올해 하반기는 사실상 특검정국으로 불린다.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검팀 등 ‘3대 특검’은 비상계엄 최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그리고 최근 비상계엄 동기로 ‘급부상한’ 김건희 여사 신병을 확보해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다만 파죽지세로 밀어부치던 초기 형국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난항을 겪으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尹재구속 및 기소…후반부엔 ‘영장 줄기각’
조 특검은 “사초를 쓴다는 자세로 기록을 남기겠다”는 약속대로 백서 편찬 작업에 착수하며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을 줄지어 사법처리하며 상당한 진척을 냈다는 평과 동시에, 박성재 전 장관 등에 대한 영장 기각이 이어지며 무리하게 수사범위를 넓혔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조 특검은 6월 18일 본수사 돌입을 공식 선언했으며, 곧바로 보석 석방을 앞두고 있던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같은달 24일 ‘수차례 출석 요구 불응’을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향후 조사에 응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체포영장이 기각됐지만, 결과적으로 특검조사에 참석하게 하는 ‘압박카드’로는 유효타가 됐다.
이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석방된 지 약 4달(124일) 만에 재구속됐다. 다만 이후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 인치를 놓고 구치소측에 책임을 돌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로 기소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결심공판에선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향후 이뤄지는 모든 재판 구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형량이 낮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과거 내란 재판의 구형이 아닌 선고형을 기준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해 ‘실질 구형’을 했다”고 강조했다. 징역 30년을 구형하고 징역 15년 선고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검팀은 수사 후반부로 갈수록 난항을 겪으며 수사동력이 흔들리기도 했다. 박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차례나 기각된 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특검은 구속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김 여사와 박 전 장관 간 부정 청탁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김건희특검과 순직해병특검, 대검찰청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비상계엄 명분을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날리는 비정상적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 외환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부장관 등을 기소했지만, 당초 검토했던 외환유치죄가 아닌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계엄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추경호 의원은 12·3비상계엄이 꼭 1년 되는 날 구속기로에 섰다.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일 본회의에서 가결돼, 다음 달 2일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가 잡혔다. 이에 따라 3일 새벽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건희 특검, 21명 기소 성과에도…핵심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기간 종료 한 달을 앞두고 현재까지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김 여사를 헌정사상 전직 영부인 최초로 구속 기소했다. 다만 주요 의혹 상당수는 아직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건은 15건이다. 이 가운데 대표 사건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으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3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종점 노선을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 일대로 바꿨다는 게 골자다.
특검은 그동안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의사결정 최상단으로 거론되는 윤 전 대통령 부부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근 특검이 소환한 양평군수 출신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한 조사였을 뿐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 대한 조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된 특혜 의혹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그동안 무면허 업체인 21그램의 수의계약, 당시 국토부 공무원들의 권한 남용 가능성 등의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감사원을 압수수색 했지만, 최재해 전 원장 등 수뇌부를 직접 조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사건도 특검이 자금 흐름을 추적해 웰바이오텍의 실질적 지배 구조를 특정했지만, 양남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해당 사건들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관성은 아직 의혹 수준에 그친 상태다.
특검은 내달 28일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그간 의혹들에 대해 두루 조사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 김상민 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로부터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수수한 혐의 등의 공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단 1명 구속·33명 기소…가장 먼저 막내린 해병특검
해병 특검팀 역시 실질적인 수사 성과는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규명하기 위해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격노설’의 실체를 밝히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10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9번이 기각됐다. 임 전 사단장 단 한명 구속에 그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왜 구하려 했는지 규명하려는 구명로비 의혹 수사도 끝내 마무리하지 못했다.
해병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33명을 재판에 넘기고 지난 28일 15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먼저 막을 내렸다.
특검팀은 그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 주요 수사 대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총 185회 실시했으며 약 300여명의 피의자·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휴대전화, PC 등 디지털 장비 포렌식은 430건 이상 실시했다.
그 결과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13명,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의혹의 핵심 피의자 6명, 전현직 공수처 간부 5명, 채상병 순직 책임자 5명 등 총 33명의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 이중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사건과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돼 총 두 차례 기소됐다.
이명현 특검은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많은 증거들이 사라졌고 당사자들 간 말 맞추기 등 진술 오염도 심각했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재판부의 과도한 기각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 종료일 하루를 앞두고 ‘런종섭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전 전 법무부 차관 등 6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런종섭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법무부·대통령실 인사와 공모해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구명로비 의혹은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장환 목사가 출석을 거부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선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성과를 냈다”면서도 “법리적으로 얼마나 혐의를 다졌는지 여부는 향후 공판 단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법원은 해병 특검이 청구한 전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