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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된 與, 활로 안 보이는 野 [계엄 1년]

민주, 원내1당이자 여당으로…탄핵·조기대선 거쳐 입법·행정권 장악
‘내란 정당’ 프레임에 갇힌 국힘, 지도부 노선 두고 내홍 재점화 우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지난 1년간 더불어민주당은 계엄의 역풍을 타고 일사천리로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었다. 이미 22대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의 원내 1당이던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여당이 됐고, 개혁이란 이름을 내세워 윤석열 정부 당시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번번히 막혔던 법안들을 비롯해 검찰개혁·사법개혁 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의회에서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 셈이다. 반면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좀처럼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27분께, 윤 전 대통령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3시간도 안 돼 국회의원 190명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대다수가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같은 달 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주도했다. 이후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바로 6·3 조기 대선이 확정됐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약 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은 다수당이자 집권 여당으로서 3대 특검법, 노란봉투법, 방송 4법 등 윤석열 정부 때부터 벼르던 법안들을 무난하게 통과시켰다. 정청래 신임 민주당 지도부는 각종 ‘개혁 입법’에 앞장서고 있는데, 지난 9월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 등이 그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손에 넣은 민주당이지만 여전히 야당 시절처럼 거칠고 조급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일 경우 재임 중 재판을 중지케 하는 재판중지법은 민주당 지도부가 연내 처리 가능성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통해 제동을 걸면서다. 최근에는 당대표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심 비중을 20 대 1 이하에서 1 대 1로 바꾸는 방안을 두고 민주당 내 갈등이 불거지며 사실상 차기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6·3 지방선거는 대선으로부터 딱 1년 만에 열리는 선거인 만큼 전체적으로 여당에 유리할 거라는 전망이 현재 많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따낸 2018년 지선과 견줄 성적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 현역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시도지사 출마 선언·동향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9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열린 민생 회복 법치 수호 충북 국민 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반면 또 한번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패배로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에는 암흑기가 계속되고 있다.

계엄 사태 직후부터 국민의힘은 반탄(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로 완전히 갈라졌다. 계엄 이전부터 긴장 관계였던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였다.

주도권을 잡은 것은 반탄파였다. 계엄 해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앞장선 한동훈 전 대표는 금세 대표직을 잃었고, 대표적인 친윤계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이 조기 대선 정국의 당권을 차지했다. 대선후보도 반탄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정해졌지만, 대선후보 교체 시도 논란 등 악재가 잇따르고, 본선에서도 이렇다 할 국면 전환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이어진 전당대회에서도 당의 주류는 여전히 반탄파임이 확인됐다. 다만 재선 의원에 불과했던 장동혁 후보가 직전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를 결선투표에서 꺾고 당대표에 당선된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장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과 수석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한때는 대표적인 친한계였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부터는 완전히 돌아섰다. 반탄파 중에서도 신선한 인물이고 더 강경한 성향을 보인 것이 당대표 당선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장 대표는 강경한 대정부·대여 투쟁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면회,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년 지선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으려면 먼저 ‘집토끼’부터 결집시켜야 한다는 것이 장 대표 측 논리다. 그러나 선거가 6개월밖에 안 남았고, 10·15 부동산 대책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등 여권에 대한 악재가 없는 것이 아닌데도 대통령·정당 지지도는 여전히 야권에 매우 불리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계엄 1주년,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장 대표가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당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노선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지선 출마자들 중심의 ‘결단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