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실린 신약 R&D 전용 위성 ‘BEE-1000’
블록버스터 항암 단백질 결정화 실험 수행
ISS 넘어 위성에서 완전 자동화 실험 도전
신약 개발은 물론, 제형 변경까지 상용화 검증
윤학순 대표 “우주 바이오 제조 분야 선도할 것”
블록버스터 항암 단백질 결정화 실험 수행
ISS 넘어 위성에서 완전 자동화 실험 도전
신약 개발은 물론, 제형 변경까지 상용화 검증
윤학순 대표 “우주 바이오 제조 분야 선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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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이륙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모두가 환호하고 있을 때, 들뜬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우주에서 수행할 미션을 점검하며 분주한 이들이 있다. 누리호에 탑재된 국내 최초 우주바이오 전용 큐브위성(6U) ‘비천(BEE-1000)’을 만든 스페이스린텍이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헤럴드경제에 “이번 BEE-1000 위성 임무에서는 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 단백질 의약품을 대상으로, 전용 자동화 장치를 통해 우주 환경에서 결정화 실험을 수행한다”며 “지상에서는 얻기 어려운 고품질 결정 데이터를 확보하고, 우주 환경이 의약품 구조 분석과 제조 공정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명확히 검증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린텍과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의 공동 개발로 탄생한 BEE-1000은 우주에서 신약 연구개발(R&D)을 위한 전용 위성으로, 우주 바이오 실험을 위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BEE는 바이오메디컬(Biomedical·바이오 의학), 엑스트라테레스트리얼(Extra-Terrestrial·외계), 인클로저(Enclosure·용기)의 약자로, 우주에서 바이오 의학 연구를 하는 플랫폼이란 뜻이다.
윤 대표는 “위성 수준에서 완전 자동화로 수행하는 실험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큐브위성 플랫폼에서의 단백질 의약품 결정화 실험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밝혔다.
앞서 스페이스린텍은 지난 8월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에 ‘BEE-PC1’ 모듈을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려보냈고, 한 달간 USP7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USP7 단백질은 폐암 기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프로테아제로 알려져 있는데, 이 효소의 정확한 구조는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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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브위성 BEE-1000을 스페이스린텍 기흥사업장 클린룸에서 조립하는 연세대 연구진 사진. [스페이스린텍 제공] |
누리호에 실린 ‘BEE-1000’은 단백질 결정 실험을 ISS를 넘어 ‘위성’에서 수행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윤 대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중심의 실험 환경을 넘어, 위성 기반으로 옮겨감으로써 실험 주기와 비용 구조, 데이터 확보 방식이 한 단계 진화한다”며 “현재 계획된 초기 교신 창에 맞춰 위성 상태를 점검한 뒤, 순차적으로 실험 모드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병을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을 겨냥해야 하는데,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단단한 결정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구조에 적합한 약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단백질 결정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우주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균일하고 순도 높은 결정을 만들 수 있어, 정밀한 신약 설계가 가능해 진다. 또한 이를 통해 항암 치료제의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의 제형 전환에 필요한 시료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스페이스린텍은 BEE-1000의 자동화 실험 및 모니터링 공정을 통해 지상 대비 시간·비용 절감 효과와 우주제조 상용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이번 시도로 입증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큐브위성에서 면역항암제의 단백질 결정화 실험은 물론, 제조까지 상용화 전 단계 실증에 나선다.
이는 한국 우주바이오·우주제조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1위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ISS에서 진행된 우주 실험을 통해 개발됐다. 미국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는 2017년 ISS에서 펨브롤리주맙의 미세중력 결정화를 수행해 균질한 미세결정 현탁, 점도 저감 등 제형 개발사 이점을 확인했다.
머크의 우주 실험은 우주 환경에서 제형·공정 연구에 실질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일제히 우주 실험에 나섰다. 일라이릴리는 레드와이어의 우주 의약품 생산 플랫폼 ‘PIL-BOX’을 토해 결정 성장·제형 연구를 확대, 당뇨병 치료제 등 만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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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해 나로우주센터에 입고된 부탑재 위성 ‘BEE-1000’. [스페이스린텍 제공] |
윤 대표는 “미세중력은 대류와 침전을 억제해 더 균질한 단백질 결정 성장이 가능하게 한다”며 “이는 항체·단백질 치료제의 제형 개선 및 공정 최적화에 필요한 연구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위성 기반 우주바이오는 글로벌에서도 이제 막 본격화되는 초기 단계”라며 “이 시점에서 한국이 위성급 자동화 실험 역량과 표준 운영 절차를 선점하면, 더 빠른 실행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후보물질 검증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국내 기술 체계 안에서 반복·재현함으로써, 신약개발의 밑거름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에서 의약품을 연구하고 제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제약사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우주 기반 바이오 연구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다.
윤 대표는 “향후에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실험 모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단백질과 의약품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우주 실험을 일회성 연구가 아닌, 제약사들이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수탁(CR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미국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한국이 우주 바이오 제조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