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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위 재연될라”…홍콩정부, 반중행위 강력 경고

사망자 146명으로 증가…실종 40명
홍콩정부, 책임규명 청원 주도자 체포
SNS도 단속…네이선 로 “시민 겁주고 있어”
지난 30일 홍콩 타이포 북부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1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 참사로 사망자가 14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홍콩 당국은 책임규명 청원을 주도한 인물을 체포하고 온라인상 유언비어 단속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 77년만의 최악 화재 참사에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자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같은 대규모 반중 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다.
‘반중난항’ 세력이 소란 일으키려 해…책임규명 청원 작성자 등 체포

지난달 30일 홍콩 매체 HK01 등 보도에 따르면,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이번 화재에 대한 정부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주도자 두 명을 체포했다. 이 중에는 전 구의원 케네스 장과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자원봉사자가 포함됐다. 앞서 홍콩 국가안보처는 정부의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주도자인 마일스 콴을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이 외로 지난 28일 개설된 인스타그램 계정 ‘타이포 웡 푹 코트 화재 우려 그룹(Tai Po Wang Fuk Court Fire Concern Group)’에선 ▷피해 주민 지원 ▷공사 감독 시스템 전면 재검토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정부 관료를 포함한 책임자 문책 등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이번 화재를 틈타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힌다) 세력이 기회를 노리며 소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며 “홍콩을 다시 송환법 반대 시위의 혼란으로 되돌리고, 어두운 시절을 재현하려고 한다. 악의적 의도와 비열한 행위는 반드시 도덕적 비난과 법적 엄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대규모 반중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진 바 있다. 이후 만들어진 홍콩보안법에 따라 2020년 7월 홍콩 국가안보처가 출범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한다.

홍콩 국가안보처 대변인은 “홍콩정부 유관 부서가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어지럽히는 반역적 언행을 조사·저지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을 향해 “‘시민들을 위한 청원’이란 명목으로 사회 대립·분열을 선동해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홍콩 국가안보처가 국가안보 위해 행위를 강력히 억제·타격해 왔다면서 “홍콩 정부가 (이러한 행위를) 법에 따라 무자비하게 타격하고,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결연히 반격·제압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정부가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이듬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해 반대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단속은 “홍콩 정부가 대중의 불만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인권 운동가 네이선 로는 홍콩 국가안보처가 콴을 체포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요구만 제기했을 뿐”이라며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시민들에게 겁을 주고 침묵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답변과 가장 기본적인 정의의 수단을 요구하는 것마저 이미 범죄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화재 사망자 146명·40여명 실종…희생자 계속 늘어

한편 이번 참사로 사망자는 증가일로다.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재가 난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추가 수색 결과, 전날까지 128명으로 집계된 사망자 숫자가 이날 146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 숫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79명이다. 홍콩 당국은 전날 150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날은 4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당초 실종자로 신고됐던 사람 가운데 이날까지 159명과 연락이 닿아 안전이 확인됐고, 사망자 92명과 부상자 37명이 실종자 명단에 들어있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30일 홍콩 타이포 북부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홍콩 경찰의 재난 피해자 신원 확인반(DVIU) 경찰관들이 화재 현장을 탐색하고 있다. [AFP]

아울러 홍콩 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7개 동 가운데 4개 동에서 수색을 마쳤고, 한 동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 피해자신원확인팀 관계자는 아파트 내부와 계단, 옥상 등에서 시신이 발견됐으며 자연광이 있어도 밝기가 부족해 수색팀이 헤드라이트와 손전등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 모든 행정 구역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32층(로비층+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했다. 20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 8개 동 중에서 7개 동에 불이 났고,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 악조건 속에 43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이자,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