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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해지하고 집단소송…2차 피해 공포 ‘일파만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집단소송’ 카페 10개·가입자만 20만명…배상액에 관심
38조 매출 무색하게 ‘뻥’ 뚫린 개인정보망…소비자 분통
김범석 의장에 쏠린 눈…“이번만큼은 본인이 등판해야”

쿠팡에서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해킹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400만건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인원도 최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윤지우(28) 씨는 최근 쿠팡 와우 멤버십을 탈퇴했다. ‘로켓배송’으로 배송 예정이던 식료품 주문도 취소했다. 윤 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서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씨는 “우리나라에서 쿠팡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번 사태는 너무 충격적”이라며 “네이버 쇼핑이나 컬리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소비자 규모도 역대급이다. 1일 오전 기준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는 10개에 달한다. 이들 카페 회원은 총 20만여명인데, 가입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부터 SK텔레콤, GS리테일 등 대기업의 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며 소비자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쿠팡 사태까지 겹치자, 분노는 걷잡을 새 없이 번지는 모습이다. 카페 운영진은 현재 대형 로펌과 상담 중이며, 이번 달 중순께 실제 소송 준비에 착수한다. 카페에 가입한 A 씨는 “개인정보가 공공재마냥 공유되는 것이 맞냐”며 “올해 들어 대기업 회원 정보가 줄줄이 유출됐는데,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단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 소송이 실제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례에 비춰보면 배상액은 1인당 최대 1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사태 당시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2800여명의 소비자가 소송에 나섰지만, 결과는 ‘무죄’였다. 2016년 인터파크 해킹 사고 때는 10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피해 회원 2400여명이 집단 소송에 나섰으나 4년이 지난 2020년에서야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4년 롯데카드, 국민카드, 농협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에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이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한 보상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안일한 대처가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은 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사실을 알렸을 뿐 정작 이용량이 가장 많은 애플리케이션 첫 화면에는 사과문을 게시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박대준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배너 형태로 노출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이 모(33) 씨는 “쿠팡이 아무리 미국 기업이라지만 국내에서 성장한 회사인데,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피해가 없다’, ‘개인정보의 일부만 유출됐으니 걱정말라’는 식의 공지는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이 그동안 사세 확장에만 매몰돼 최소한의 보안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5개월간 대규모 정보 유출 사실을 몰랐던 데다 내부 직원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러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쿠팡은 올해 들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신사업 부문 성장도 눈에 띄지만, 핵심 매출군은 국내 그로서리 부문이다. 여기에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결합한 회원 혜택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재명 정부 들어 10명 넘는 국회 출신 인사를 영입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까지도 여야 출신 인사를 대거 들여왔다. 쿠팡의 대관 조직은 업계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대관 업무는 주로 ‘리스크 대응’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쿠팡 대관과 일부 의원 사이 만남이 논란되기도 했다.

한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쿠팡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질의 일정을 확정 지을 예정인데, 김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당 소속 과방위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기업이고 해외에 거주 중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김 의장은 국회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사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전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서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해킹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입주현황판과 쿠팡에서 고객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노출 통지 안내문이다. 임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