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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의 그림자…초유의 사태 부른 ‘이커머스 천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현행 유통규제, 오프라인 집중
C커머스도 사실상 ‘규제 공백’
“기업과 정부, 노력 병행돼야”

쿠팡에서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해킹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입주현황판과 쿠팡에서 고객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노출 통지 안내문이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쿠팡 고객 계정 3370만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로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형마트에 집중된 규제에 골몰하는 사이 급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규제 공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프라인에 묶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쿠팡 급성장

쿠팡이 월 평균 34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앱’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코로나19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규제가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하며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급격히 성장했고,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심의 유통법이 손질 없이 연장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통법은 대형마트와 대기업 계열의 SSM(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월 2회 의무 휴업, 심야 영업 제한,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금지 등 규제를 두고 있다. 의무 휴업일과 심야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도 할 수 없다. 지난달 일몰 예정이었으나, 일몰 시한을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4년 더 규제를 받게 됐다.

대형마트가 이러한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10.5%에 불과한 반면, 온라인 비중은 52.0%에 달했다. 대형마트는 올 1~3분기 내내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지만, 온라인 채널은 1분기 16.7%, 2분기 14.9%, 3분기 1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를 합친 것보다 4조원가량 더 많았다. 쿠팡은 올해도 3분기 누적 매출이 36조원을 넘어섰다.

유통업계에서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규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이커머스 업체만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인수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커머스·C커머스 총괄할 대안 필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 공백도 문제로 꼽힌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 업체들은 사실상 유통법 규제를 받지 않아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옥션에선 지난 2008년 중국인 해커가 서버에 침입해 회원 186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파크도 2016년 북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사고로 1030만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올해도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GS리테일 편의점·홈쇼핑 웹사이트에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다.

C커머스는 개인정보 해외 이전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테무는 상품 배송을 위해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사업자에게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보관하도록 했으나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한국 판매자들의 얼굴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테무에 과징금 13억6900만원, 과태료 1760만원을 부과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국외 이전 규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19억7800만원,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 때문에 변화된 시장 환경에 발맞춰 유통법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유통산업 디지털 전환 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상실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로는 골목상권 보호와 대중소 상생이라는 정책 목적의 달성이 어려워졌다”며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유통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된 유통법은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개인정보 보호 등 위기 대응 시스템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10년간 빠르게 양적으로 성장한 데 비해 조직·제도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총체적인 위험 관리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레벨5·레벨6 수준으로 보안을 강화하되,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도 의도적 해커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쿠팡 관련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린 가운데 박대준 쿠팡대표가 회의장을 나서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