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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만명 일상이 털렸다”…탈퇴 엑소더스·집단소송 조짐

“고객 정보 소중하다더니” 소비자 분통
“더 큰 피해 안 생기게” 주문 취소·삭제
집단소송 준비 카페 벌써 20만명 가입
경찰 “서버기록 등 토대 유출자 추적”

쿠팡에서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해킹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국내 1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서 3400만건에 가까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탈(脫) 쿠팡을 외치며 회원 탈퇴하거나 집단 소송에 참여하려는 소비자들도 목격된다. 경찰은 쿠팡이 임의 제출한 서버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유출자를 추적하고 있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쿠팡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됐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쿠팡을 질타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망한 회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대탈출) 조짐도 나타났다.

전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쿠팡 개인정보 노출 통지’ 문자를 봤다는 박모(30) 씨. 그는 일주일에 최소 1~2번은 쿠팡을 이용해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충성고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름과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까지 줄줄이 유출됐다는 내용을 보자마자 쿠팡 계정 자체를 삭제했다. 박씨는 “그동안 쿠팡을 얼마나 믿고 썼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신뢰가 바닥이 났다”면서 “매번 ‘고객님의 정보가 소중하다’ 해놓고 이게 어딜 봐서 소중하게 생각한 거냐”고 짜증을 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윤지우(28) 씨도 쿠팡 와우 멤버십을 탈퇴했다. ‘로켓배송’으로 배송 예정이던 식료품 주문도 취소했다. 윤 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서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쿠팡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번 사태는 너무 충격적”이라며 “네이버 쇼핑이나 컬리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 회원인 서모(28) 씨는 쿠팡 애플리케이션(앱)에 연결된 카드와 보안 및 로그인에 연동된 모든 기기를 삭제했다. 서씨는 “내 정보가 어디에서 어떻게 새어 나간 건지 알 길이 없지 않느냐. 일단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삭제부터 하고 봤다”며 “안 그래도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문자가 많이 오는데 이제 더 늘어나는 건 아닌지, 더 정교하고 교묘하게 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모(55) 씨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노출된 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품이 배송될 때마다 공동현관 문을 열어줘야 하는 게 번거로워 주소와 같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적어두곤 했다”며 “(유출됐다면) 누구나 쉽게 우리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너무 무섭다”라고 했다.

‘역대급’ 집단소송 예고…쿠팡 책임論도 커져

쿠팡의 늑장 대응과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만 내놓는 방식의 대응에도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은평구에 사는 김모(52) 씨는 “주변 친구들은 쿠팡에서 사고 관련 문자를 받았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토요일 내내 아무 연락이 없었다”면서 “결국 일요일 점심 때가 다 돼서야 (문자가) 왔는데 이렇게 늦게 알려줘서야 되겠느냐”며 화를 냈다.

쿠팡이 그동안 사세 확장에만 매몰돼 최소한의 보안 체계를 갖추는 데엔 소홀했단 비판이 나온다. 지난 5개월간 대규모 정보 유출 사실을 몰랐던 데다 내부 직원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러한 비판은 더 커진다. 쿠팡은 올해 들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신사업 부문 성장도 눈에 띄지만, 핵심 매출군은 국내 그로서리(식료품) 부문이다. 여기에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결합한 회원 혜택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재명 정부 들어 10명 넘는 국회 출신 인사를 대관 조직으로 영입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가운데 집단 소송 움직임도 포착됐다. 1일 오전 기준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는 10개에 달한다. 이들 카페 회원은 총 20만여명인데, 가입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부터 SK텔레콤, GS리테일 등 대기업의 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며 소비자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쿠팡 사태까지 겹치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카페 운영진은 현재 대형 법무법인과 상담 중이며, 이번 달 중순께 실제 소송 준비에 착수한다.

다만 집단 소송이 실제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례에 비춰보면 배상액은 1인당 최대 1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사태 당시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2800여명의 소비자가 소송에 나섰지만 결과는 ‘무죄’였다. 2016년 인터파크 해킹 사고 때는 10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피해 회원 2400여명이 집단 소송에 나섰으나 4년이 지난 2020년에서야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회는 이날 쿠팡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질의 일정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여당 소속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기업이고 해외에 거주 중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김 의장은 국회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사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전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직원 소행 의심…경찰 수사 본격화

지난달 25일 쿠팡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8일 쿠팡 측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쿠팡으로부터 서버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아 유출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쿠팡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유출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해당 메일에 금전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쿠팡에 근무하던 중국 국적의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이메일을 보낸 인물이 쿠팡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인물과 동일인이 맞는지를 수사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부처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본 사안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정·이용경·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