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1.4조 자사주 소각…‘지배구조 혁신’ 승부수

상법 개정 취지 반영해 정관 개정 추진
집중투표제 등 지배구조 혁신 선도해


셀트리온 제3공장. [셀트리온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셀트리온이 역대급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조40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선제적으로 정관에 반영해 글로벌 빅파마에 걸맞은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2일 셀트리온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오는 3월 24일 열리는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 자기주식 소각 및 정관 변경,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 안건 등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자사주 운영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과 투명한 공시 체계 확립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보유 중인 약 1234만주의 자사주 중 임직원 스톡옵션 보상용으로 약 300만주를 남겨두고, 나머지 물량의 65%인 약 611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2월 11일 종가 기준 약 1조4633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소각이 확정되면 2024년과 2025년에 매입한 자사주 규모를 모두 상회하게 되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가 가치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상용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35%(약 323만주)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한다. 유동화로 확보된 재원은 신기술 도입과 생산 시설 투자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금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스톡옵션 행사 시 신주 발행 대신 기존 자사주를 활용해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 개선안 역시 파격적이다. 셀트리온은 정부의 상법 개정안 취지를 선제적으로 수용해 독립이사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사외이사 증원, 전자주주총회 개최 등을 정관에 명문화한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자사주 운영 체계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주주와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이번 행보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선도적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혁신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향후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