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LG아트센터 서울 개막
비틀쥬스에 정성화·김준수·정원영
한국식 유머코드에 말맛 살려 재미 ‘업’
비틀쥬스에 정성화·김준수·정원영
한국식 유머코드에 말맛 살려 재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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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준수(왼쪽부터), 정원영, 정성화가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당신은 의사야, 날 살리니까. 당신은 건축가야, 날 세우니까. 당신은 콘크리트야, 날 단단하게 하니까.” (뮤지컬 ‘비틀쥬스’ 중)
숨 막힐 듯 아찔한 19금 농담, 희대의 유행어와 웃픈(웃기고 슬픈) 코미디가 버무려졌던 바로 그 무대가 돌아왔다. ‘뮤덕’(뮤지컬 덕후)들의 배꼽을 잡게 했던, ‘VIP석과 R석 사이의 시야 방해석’ 같은 존재라며 자기비하를 일삼던 ‘그 녀석’ 비틀쥬스가 맹활약하는 ‘비틀쥬스’다.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어 살아가는 ‘미성숙한 영혼’ 비틀쥬스가 만들어갈 ‘유쾌한 악몽’을 꿀 시간이다.
4년 전 초연부터 번역, 각색에 참여한 김수빈 작가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춧가루를 팍팍 뿌리는 마라맛 ‘비틀쥬스’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최정상 크리에이티브 팀이 참여, 2019년 토니어워즈 8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한국에선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팬데믹 시기에 찾아와 관객을 놀라게 했다.
상상으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영화의 미장센이 무대에서 구현돼 시시각각 충격을 안겼다. ‘비틀쥬스’ 오리지널 무대의 맷 디카를로 연출가는 “영화의 아이코닉한 세계관을 재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무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맨쇼에 가까운 맹활약을 해야할 비틀쥬스 역엔 초연 때 함께 했던 배우 정성화를 비롯해 ‘뮤지컬계 슈퍼스타’ 김준수와 정원영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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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준수(왼쪽부터), 정원영, 정성화가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세 명의 비틀쥬스는 저마다 매력이 다르다. 정성화는 “나의 비틀쥬스는 얼굴도 많이 찡그리고 목소리도 걸걸하다”며 “비틀쥬스는 텐션이 굉장히 강해야 한다. ‘강강강강’ 캐릭터인데 그 역할에 충실한 배우가 바로 나”라고 자신했다. 최근 뮤지컬 ‘알라딘’에서 정성화와 함께 지니 역할에 캐스팅돼 관객과 만난 정원영은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움, 의외성이 나의 장점”이라며 “흉내내는 걸 좋아한다. 정성화, 김준수 배우의 좋은 점을 잘 뽑아 믹스해 나만의 음식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두 비틀쥬스의 이야기에 김준수도 질 수 없었다. 그는 “나의 비틀쥬스는 귀엽고 깜찍하다”며 “악동 같은 이미지, 에너제틱한 비틀쥬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올해 김준수는 ‘알라딘’에 이어 ‘비틀쥬스’까지 초연작을 많이 올렸으나, 초현실 캐릭터를 맡기는 오랜만이다. 김준수는 ‘엘리자벳’의 죽음, ‘데쓰노트’의 라이토,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등 명실상부 초현실 캐릭터 장인이자, 이러한 작품들에서 유달리 매력이 돋보인다. 그는 “비틀쥬스는 코믹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는 캐릭터로, 장르로 치면 첫 코미디 작품이나 사실 내가 개그 욕심이 많다”며 “일단 목소리부터 초현실적이기에 의미 있는 도전이자 이미지 변신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압도적 무대와 캐릭터의 향연이 빚어내는 무대를 이끌어가는 데 중심에 있는 것은 대본이다. 이번엔 코미디언 이창호가 ‘코미디 각색’에 참여해 한 단계 수위를 끌어올렸다. 초연 당시 ‘코로나 검사’, ‘유튜브 알고리즘’과 같은 시대성을 반영한 대사를 통해 풍자와 해학의 정수를 보여줬고, 현지화한 ‘한국적 유머’로 이질적인 미국식 유머의 장벽을 넘었다. 이번엔 대사의 수위가 높아 기존 8세 관람가를 14세 관람가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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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설인 연출(왼쪽부터), 김수빈 작가, 이창호 작가, 장민제 배우, 김준수, 정원영, 정성화, 홍나현이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김수빈 작가는 “이창호 작가님을 모시며 이번엔 ‘비틀쥬스’라는 맛집을 열게 됐다”며 “우리가 가진 요리도구는 원래 중식 도구였는데, 이창호 작가는 작두와 쌍절곤을 들고와 상상도 못 한 맛을 냈다”고 극찬했다. 이창호는 “제작 현장에 들어와 보니 하이엔드 명품 시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관계자부터 배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시계태엽처럼 맞물려 움직이고 있었다. 배우들만의 색이 다 달라 배우마다 3개의 대본이 존재할 만큼 각기 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심설인은 “기존 미국식 코미디를 우리말로 번안했을 때 문화적 차이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창호 씨가 배우들과의 호흡과 코미디 감각을 잘 살려 대본을 보다 치밀하게 가꿔줬다”고 했다.
한국 무대에서 올라갈 ‘비틀쥬스’는 원작 프로덕션인 브로드웨이 버전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작품은 이미 아랍에미리트, 호주에서 투어를 진행했고, 현재 미국 투어 중이나 오리지널 무대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심설인 연출가는 “2021년 무대 당시 다 펼치지 못했던 꿈들이 있다. 작품의 괴랄한 코미디에 더 직진해 무대를 만들었다”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캐릭터와 스토리를 보다 과감하게 매만져 더욱 매콤한 무대가 됐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오는 1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막이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