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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틈새 공략…‘착한 메모리’ GDDR7 시대 온다

HBM보다 저렴·속도는 HBM만큼 빨라
추론으로 재편되는 AI 시장 ‘게임체인저’

올해 3월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GTC 2025’ 전시장에 마련된 삼성전자의 ‘GDDR7’ 그래픽 메모리 제품에 친필 서명을 남긴 바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품귀와 높은 가격에 일명 ‘착한 메모리’라 불리는 그래픽스더블데이터레이트(GDDR)7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HBM 대비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속도는 뒤지지 않아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GDDR7은 그래픽 및 AI 연산에 최적화된 차세대 D램으로 노트북, HBM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메모리 중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면서도 가격은 HBM에 비해 저렴하다.

특히, AI 경쟁의 초점이 ‘추론 비용 절감’으로 이동하면서 GDDR7이 AI 추론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AI 산업 초반에는 학습이 중요해졌다면, 지금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추론이 중요하다.

GDDR은 HBM 대비 비용 및 전력 효율이 높고 경량성에서 강점을 보여 추론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시장에서 최적의 메모리 설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쓰임새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노트북이나 게이밍 콘솔 등에 탑재됐다면 대량·상시·저비용 추론을 처리하는 서버가 필요한 데이터센터에도 사용되고 있다. HBM이 쓰이기 어려운 중·저가형 대용량 메모리 수요를 GDDR7이 흡수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글로벌 GDDR 시장은 2023년 약 58억달러에서 2032년 126억달러로 약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GDDR7 단독 시장은 2025년 약 34억달러에서 2032년 약 114억달러로 연평균 약 18.7%의 성장률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 또한 “엣지(Edge) AI 및 다양한 AI 응용처에서 GPU 수요 증가와 함께 엔비디아의 RTX 5090 등 신형 GPU 위주로 GDDR7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선두는 삼성전자가 달리고 있다. 2023년 7월 업계 최초로 32Gbps GDDR7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이듬해 10월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2세대 GDDR7을 발표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GDDR7 생산 일정과 용량에서 앞서나가며 시장점유율 7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와의 관계도 끈끈하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올해 1월 출시한 게임용 그래픽카드인 ‘RTX 50’ 시리즈용 GDDR7을 경쟁사 보다 가장 먼저 납품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로 수혜도 봤다.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가속기 ‘RTX PRO 6000’에도 GDDR7이 탑재됐다. 미국이 HBM을 탑재한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재하자,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중국향 AI 가속기인 B40에도 삼성전자의 GDDR7이 탑재됐다.

HBM 대체제를 넘어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짝꿍 자리를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9월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발표 예정인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 ‘루빈 CPX’에 HBM 대신 128GB GDDR7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AI 추론 과정은 ‘프리필(Prefill’)과 ‘디코드(Decode)’ 두 단계로 나뉘는데 프리필 단계에서는 빠른 연산이 요구된다. 속도에 특화된 GDDR7을 루빈 CPX에 탑재해 AI 추론을 분업하면서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의 GDDR7 생산 라인 설비 증설 및 소재·부품 추가 확보를 통해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GDDR7이 탑재된 엔비디아 지포스는 정가가 400만원인데 리테일 프리미엄이 800만원에 달한다”며 “GDDR7이 향후 삼성전자 D램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AI 메모리 수요가 HBM 중심에서 LPDDR5X, GDDR7 등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DDR7의 독점적 공급 지위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의 경우 10나노급 5세대(1b) D램의 생산능력이 대부분 HBM3E에 할당돼 있어 엔비디아의 요구에 즉각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삼성전자는 3일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미터급 40Gbps 24Gb GDDR7 D램이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왼쪽부터 송호영 상무, 송재혁 CTO, 김태우 부사장.

3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미터급 40Gbps 24Gb GDDR7 D램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