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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지연 손해배상’ 요구 전공의 또 졌다

이직시 직전근무병원서 사직 안돼
‘5000만원 배상’ 요구 법원 제동
‘건강상 사직, 객관성 없다’ 판단
유사 소송서도 줄줄이 패소 판결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수련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의과대학 임세준 기자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이번에도 패소했다. 유사한 사건에서 전공의들의 패소 판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14민사부(부장 민소영)는 사직 전공의 A씨가 한 의료재단을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 비용도 A씨가 부담하라고 했다.

갈등은 지난해 2월에 시작했다. 당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A씨 등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A씨는 병원 측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하게 됐다”며 사직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른 진료 유지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4개월 뒤 철회했다.

A씨는 4개월간 사직 처리가 지연되면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퇴사 이후 다른 병원으로 이직해 월 2160만원의 임금을 받기로 했는데 사직 처리가 4개월 뒤에 이뤄지면서 수입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A씨 측은 “미지급 임금 약 9000만원의 일부인 5000만원을 병원 측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A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였으므로 위법하거나 귀책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의료법에 따른 조치”라며 “근거 법률이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고, 행정명령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행정명령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한 병원 측에선 A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본인에겐 질병 등 사직서를 수리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이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었거나 건강상 이유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질병 등 사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시한 ‘질병’ 사유는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가 (전공의) 집단행동과 무관하다는 형식만 갖추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뿐 아니라 전공의들이 낸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전공의 측 패소 판결을 일관되게 내리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지은희 판사는 사직 전공의 16명이 각자의 수련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공의 측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6월에도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 김창모)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령은 위법이 아니다”라며 사직 전공의 55명 측 패소로 판결했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