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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잠, 국내 건조미국 인프라 복원 병행 바람직”

4일 국회 부승찬 의원 주최 핵잠 협력 세미나
최용선 율촌 수석전문위원 “‘완전수입’에서 시작해 ‘혼합형’으로 가야 ”
핵잠 기술 이전 전략 제시도…“미국 연합 방위력 역할 강조해야”

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핵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한미 양국에서 건조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장 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 미국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핵잠 건조 인프라 복원에 있는만큼, 여기에 부응해야 협력이 성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기술이전까지 나아가려면 미국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미 조선협력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미국 내에선 핵잠 건조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문제를 찾을 수가 없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은 통일부 상임연구위원, 국가안보실 방위산업담당관 등을 거쳐 현재 율촌에서 방산 기업들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핵잠 건조는 한국과 미국 현지 ‘투트랙’ 전략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국내에서 핵잠을 국내 조선소 역량으로 만들되, 별개로 미국 해군력 강화 기조에 맞춰 미국 인프라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미국 내 별도의 조선소를 국내 기업들이 만들어 미국 핵잠 건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연료인 농축 우라늄 제조는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위원은 “핵 연료는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되 영국, 프랑스 등 대안도 열어둬야 한다”며 “최초에는 핵 연료 전체를 완전 수입하는 방식에서 궁극적으로는 국내에서 연료를 만드는 혼합형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핵잠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핵잠 기술을 제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영국이 캐나다와 핵잠 기술을 이전하려는 노력도 1980년대에 있었지만 미국 에너지부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결국 좌초됐다”며 “그 이후로 어떤 나라도 핵잠 기술 협력을 실현한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투자 펀드도 핵잠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편성돼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최 위원은 “마스가 협력을 통해 핵잠 미국 건조 역량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 것”이라며 “현재 연간 1.2척으로 떨어진 핵잠 건조 역량을 2척까지 늘리는 방안을 마스가 협력을 통해 국내 조선소가 제안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마스가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과 협력 가능한 분야로는 선박 건조와 공급망을 제안했다. 최 위원은 “핵심 기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체·격실 블록 제작·조립, 공급망 등 역량만으로도 미국의 핵잠 건조 병목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헤원 기자

패널 토론에선 핵잠 협력이 건조 승인을 넘어 기술 이전까지 나아가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한국이 내세워온 ‘북핵 대응’이라는 핵잠 건조 명분만으론 미국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핵잠 확보는 미국의 군사·안보적, 또 산업·경제적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지지 폭도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해군력 재건 방안과 관련해 한국형 핵잠이 연합 방위력, 연합 해군력 강화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논리적으로 잘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핵잠 논의가 급진전된 결정적인 이유도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겠다는 암묵적 시그널이 미국에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도 “핵잠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 위해서는 민간 협력 용도로 만든 기존의 한미 원전 협정과 별도로 약정을 맺어야 한다”며 “우리가 핵잠을 도입하는 것이 미국의 방위와 공동의 안보를 위해서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가, 이 지점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 공동 방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대통령이 인정한 경우에만 설계 정보나 기술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 교수는 이어 “핵잠 용도를 단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만 설명한다면 부족하다”며 “잠수함 기지를 핵잠 유지·보수·운영(MRO) 기지로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태평양 지역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