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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재무부에 “해싯 연준의장 지명 반대, 국채 투매 부를수도” 경고

FT “재무부, 월가 비공식 의견 청취”
월가 “인플레 2% 넘어도 무차별 금리인하 우려”
“연준 독립성 훼손시 신뢰도 타격”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월가 주요 채권 투자자들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임명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미 재무부에 “해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무리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미 국채 시장이 흔들리고 대규모 투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재무부, 월가에 비공식 의견 청취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미 재무부가 해싯과 다른 후보들에 대한 시장 평가를 듣기 위해 주요 월가 은행, 대형 자산운용사, 미국 채권 시장의 주요 기관들과 일대일 비공식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러한 불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교체가 시장에 던진 광범위한 긴장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재무부가 접촉한 일부 월가 인사들은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 기조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고집불통 노새”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싯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무차별적 금리 인하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월가 인사는 “아무도 ‘트러스 사태’를 다시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2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재원 대책 없이 감세안을 발표해 국채 시장이 급락했던 악몽을 거론한 것이다. FT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높은 인플레가 결합될 경우 장기 국채 매도세가 촉발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물가지표는 지난 8월 기준 2.7%로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0%)를 웃돌고 있다. FT는 내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둘기파 성향’의 인사가 연준을 이끄는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싯, 분열된 연준 이끌 리더십 의문”

일부 인사들은 해싯이 내부적으로도 분열된 연준 이사회를 설득해 정책 결정을 이끌 리더십을 갖췄는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 논의에는 국채 발행 전략을 자문하는 재무부차입자문위원회(TBAC)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싯은 올해 TBAC 회의에서도 시장 설명보다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등 백악관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싯은 존 매케인, 조지 W 부시, 밋 롬니 대선 캠페인에서 선임 경제 고문을 지냈고,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았다.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근무했으며 연준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한편, 연준 내에서는 ‘야심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로버트 텟로우 전 연준 선임정책자문관은 해싯을 “똑똑하고, 유창하며, 자신감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그가 지난 1년간 연준을 거세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착돼 있다는 점은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뉴 센추리 어드바이저스의 클라우디아 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싯은 연준 의장을 수행할 능력이 있지만, 문제는 ‘어떤 해싯이 나타나는가’”라며 “트럼프의 정책적 동반자인가, 아니면 독립적 경제학자인가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나인티 원의 존 스톱포드 운용본부장은 “시장은 그를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연준의 신뢰도를 조금씩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해싯이 유력” 발언에 달러 약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내년 초 일찍” 연준 의장 지명자를 발표할 것이라며 해싯을 “가능한 후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달러 가치는 잠시 약세를 보였다.

백악관은 FT에 “공식 발표 전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한 추측”이라고 했고, 재무부는 “대통령의 선택이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번 논의와 관련해 “국채 시장과 광범위한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잠재적 연준 의장 5명의 시장 전망 분포는 매우 좁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재무장관이 후보군 11명을 추려온 가운데, 해싯은 최근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