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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반값? 수요 2배 늘었다”…글로벌 제약社 ‘각자도생 시즌2’ [투자360]

정책·규제가 재편해버린 비만 치료제 시장…IRA·WHO 권고 이후 글로벌 기업 전략 지각변동
위고비·오젬픽 주성분 가격 71% 인하…수요 확장 시그널’ 뚜렷

[chat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비만 치료제 시장이 가격 인하와 규제 변화라는 이례적 환경 속에서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약가 인하가 실제로 집행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가격 전략이 대거 뒤흔들린 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약 공식 권고와 국가 간 약가 협상 재편까지 맞물려 시장 구조 자체가 크게 재정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를 중심으로 한 비만약 패권 경쟁이 각국의 보건·산업 정책 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최근 가격은 떨어지지만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달 26일 미국 IRA에 따른 2차 약가 협상 결과가 공식 발효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대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가격은 월 959달러에서 274달러로 무려 71% 인하됐다.

이번 조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서 많이 처방되는 상위 15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약가 협상 라운드의 일환으로, IRA가 실제 약가 인하를 촉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같은 흐름 속에 일라이 릴리도 가격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회사의 대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동일 성분 기반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는 자사 직판 플랫폼 ‘LillyDirect’를 통해 449달러 제품을 299달러에 공급하는 59% 할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추진되던 ‘최혜국대우(MFN)’ 약가 정책을 염두에 둔 유통 경쟁력 강화 조치로 해석된다.

약값이 반토막 난 가운데 WHO가 지난 12월 1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을 공식 권고하면서 시장 접근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가 차원에서 GLP-1 처방을 정식 치료 옵션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값은 떨어져도 제약사의 리베이트 부담이 줄었고, 이에 따라 실질적 이익 훼손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약값 인하는 단기 마진 축소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접근성을 넓히며 수요 확대를 견인한다”며 “비만약 시장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성장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약가 부담 분산 정책이 글로벌 투자 확대를 자극하며 각국이 자국 중심의 바이오 생태계를 재편하기 시작했다”며 “비만약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각자도생 시즌2’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NHS가 부담하는 신약 정가를 25% 인상하는 대신 미국산 의료제품 관세 면제를 받기로 합의했고, 유럽연합(EU)은 바이오텍 육성을 위한 1억5000만 유로 규모의 펀딩을 시작했다. 미국 역시 생명공학 경쟁력 회복을 이유로 향후 5년간 150억달러 정부 투자 요청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