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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재판부·법왜곡죄 강경한 민주당…“사법 시스템 전체 흔들린다” 법조계 거센 비판 [세상&]

내란 전담재판부 ‘위헌’ 지적 다수
법조·법학계 “사법부 독립 침해”
법왜곡죄도 “죄형법주의 어긋나”
내란재판 효율성·법관 경각심 일부 찬성 의견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양근혁 기자] 여당 주도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왜곡죄 신설 등 사법개혁 입법을 강행하자 법조계와 법학계의 반발에 거세지고 있다. 자칫 사법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은 “입법 권력에 사법부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하는 제도”라며 “법관을 압박해 결과를 기울이겠다고 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9일 본회의서 법안 처리 강행 신중 검토=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8일 의원총회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내란재판부 설치법은 12·3 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관련 사건 영장 심사도 내란전담 영장판사가 맡도록 했다. 법관은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3명씩 추천해 꾸린 추천위원회가 전담 재판부 2배수를 추리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법 왜곡죄는 법관·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범죄사실을 묵인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조계 “사법부 독립 침해·위헌”=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결과 법조계와 법학계에선 두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며 “특정 사건에 개입하기 위해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부의 관여 자체가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으로 결과가 왜곡된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전담 재판부의 개념은 지식재산권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을 계속 담당하는 것”이라며 “내란 등 일회성 사건을 담당하는 건 성격상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위헌성이 매우 크다”며 “법원이 아닌 외부 조직에서 인사권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정도 역시 심각하다”고 밝혔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역시 “동기가 매우 불순하다”며 “특정 사건을 겨냥해 특정한 판사를 배정해 유죄를 만들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의 인사권은 대법원장에게 있는 것인데 이를 뺏어서 외부 제3자에게 주겠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법왜곡죄…법조계 “정권 바뀌면 다시 법왜곡죄로 처벌”=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재윤 교수는 “법왜곡죄 성립 여부 역시 또 다른 판사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내란 재판에 대해 정권에서 본인들의 이해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오면 해당 판사를 고소해 협박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혼란한 정국이 해소되고 나면 지금 시기에 나온 판결에 대해 다시 법왜곡죄로 해당 판사를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가기관의 법적 판단에 대해 불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전 회장도 “법 왜곡죄는 처벌 요건이 매우 불명확하고 불투명하다”며 “추상적인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처벌받는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죄형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죄형법주의는 범죄와 형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대원칙이다.

장영수 교수 역시 “법 체계상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독일·스페인 등에 법왜곡죄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직권남용죄가 없기 때문”이라며 “특정 사건에서 재판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법 왜곡죄로 법관을 처벌하겠다는 식의 압박이 더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두 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왜곡죄 신설) 자체엔 반대한다”고 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만든 사법부 역시 통렬한 자기 성찰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일부 찬성 의견…“공정·엄정한 재판에 대한 가이드라인”=반면 내란 전담재판부의 효율성·신속성 및 법 왜곡죄를 통한 법관의 책임감·경각심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목소리도 일부 들을 수 있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특별한 목적을 두고 전담 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관행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이뤄졌다”며 “구성의 적법성,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법관이 더욱 공정하고 엄격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경계이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재판을 하게끔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미래를위한변호사모임의 대변인 김지연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내란 뿐 아니라 사안별로 특정 법을 집중적으로 심판하는 재판부가 필요한 경우 효율성과 필요성의 논리에 의해 신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 독립이나 법관의 양심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반대 논리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법관의 양심이 특정 재판부의 신설이나 법왜곡죄 신설로 좌고우면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이론·실무 갖춘 전문가 판단 바탕으로 이뤄져야”=한편 대법원은 지난 5일 전국 법원장회의를 열어 두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씀에서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회의를 마친 뒤 전국 법원장들도 “해당 법안들은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이날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