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제 열강…하지만 ‘최악의 버전’”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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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윤호·전현건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북한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해석과 ‘북한 비핵화 원칙을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악의 버전이”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미국이 5일(현지시간) 공개한 29쪽 분량(표지 및 목차 포함시 33쪽)의 NSS 보고서엔 북한 문제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또 다른 위협 요인인 북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고, 과거 NSS에 포함됐던 북한 비핵화(한반도 비핵화) 목표도 빠진 것이다.
NSS는 미국의 대외 안보 전략 및 방침을 천명한 문서로 북한은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주요 안보 위협으로 늘 거론돼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SS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7년 내놓은 NSS도 “우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북한이 누락된 것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비핵화 우선순위가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부터, 향후 대화 재개에 대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유연성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일단 방향성 측에서 보면 이른바 ‘트럼프식 현실주의’ 또는 ‘트럼프식 신고립주의’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이익이 워낙 다채롭기 때문에 완전한 고립은 불가능하겠지만 이익에 관련되지 않는다면 ‘전혀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SS에 북한 언급이 빠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고 봤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개입자체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얘기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 고도화 수준이 높아 비핵화를 당장 이뤄낼 목표로 설정하는 자체가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해 아예 쓰지 않음으로써 ‘현실적 목표로서 당장은 어렵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버전이 나왔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국제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안보를 각국의 영역에 맡겼다는 취지다.
양 연구위원은 “과거 NSS에서 보면 ‘한국은 지켜줘야 되는 대상’이었는데, 이제 미국은 한국을 ‘열강의 말석’에 올린 것”이라며 “꼭 좋은 의미가 아니라 ‘이제 한국도 알아서 중국을 마크하면서 미국에 기여해달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에 대한 핵우산 제공 공약은 견지하되 대북 방어에 대한 책임을 상당 부분 한국에 맡기고, 미국은 중국 견제, 그중에서도 대만해협 사태 발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내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NSS에 비핵화 목표를 포함해 북한 관련 기술이 빠진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관심을 방기하지 않도록 하는 데 대미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동맹국에 안보 강화를 위한 국방비 증액 등 ‘자강적 노력’을 함께 강조한 만큼 한국이 핵 잠재력을 조속히 확보해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NSS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중심으로 하면서 주요 현안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향후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이나 북미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생략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