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선 위 상선’ 거미줄 유통…한국 끝없이 노크

‘3국 연계’ 마약 유통구조 들여다보니…
나이지리아 조직, 국내 총책과 연결돼
캄보디아서 부산항 거쳐 필로폰 반입
한·중 드라퍼 22명 통해 국내 유통

3개국 연계조직이 국내로 밀수한, 헬스보충제 5통에 나눠 위장한 필로폰 [서울경찰청 제공]

마약범죄는 잡초 같다. 그래서 최말단의 드라퍼라는 뿌리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생겨난다. 뿌리를 뽑아야만 하나의 유통구조가 무너진다. 드라퍼 위의 딜러, 그 위 밀수담당, 제조담당 등 ‘상선 위 상선’을 타고 올라가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마약 유통구조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헤럴드경제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2계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약 3년 추적한 끝에 차례대로 검거하며 드러난 ‘캄보디아-나이지리아-중국’ 3개국 연계 마약범죄의 구조를 조명했다. 또 사건당사자들에 대한 공소장과 판결문, 경찰 조사 내용 등을 확보해 범죄 과정을 재구성했다.

범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건 송규민(가명·50대·복역 중) 씨다. 송씨는 2015~2016년 밀수책인 지게꾼으로 활동했다. 2016년 5월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국내로 갖고 들어왔다. 당시 송씨가 밀수입한 양은 최소 901g(약 2만7000회 투약량)으로 추정된다. 그는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고 4년6개월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송씨는 이때 교도소에서 향후 중국계 총책이 되는 박춘경(가명·40대·적색 수배 중) 씨를 만났다.

자유의 몸이 된 송씨는 2년간 잠잠하게 지내다 2022년 7월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가 다시 움직인 건 이듬해부터였다. 한국에 마약을 유통할 선을 찾던 나이지리아의 유통총책 ‘K·제프’(59)와 연결되면서다. 나이지리아 총책은 자신들의 마약을 송씨에게 명목상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다.

수사기관은 실제론 유통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한다. 나이지리아 조직은 부산항을 통해 헬스보충제 통에 나눠 담은 필로폰 약 20㎏을 반입했다. 캄보디아에 있던 송씨는 2023년 3월께 자신과 마약거래를 했던 남수찬(가명) 씨에게 나이지리아 조직의 물량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 남씨는 서울·대구·창원·오산 등을 오가며 약을 전달하고 다녔다. 특히 남씨는 송씨의 교도소 동기인 박춘경 씨 계통의 국내 유통책에게도 약을 전달했다. 이로써 나이지리아 조직을 통해 국내로 반입된 필로폰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구성을 갖췄다.

다행히 당시 경찰이 본격적으로 필로폰이 유통되기 전에 일당을 검거하고 물량 18.7㎏을 압수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수많은 전달책(드라퍼)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남씨가 물량을 확보한 뒤 약 1개월 만에 검거됐는데도 국내 유통을 맡은 드라퍼 22명이 줄줄이 붙잡혔다.

한국 유통 중계조직이 사라졌지만 제프의 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2023년 12월에도 한국에 약을 유통하려고 시도했다. K·제프는 2000년 12월 국내에 입국해 7년간 한국에서 생활했다. 제프는 2007년 9월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듬해 2월 강제 추방됐다. 그 후 나이지리아에서 국내로 약을 유통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고, 나이지리아 마약단속청 당국자에게 대상자의 검거를 요청했다. 쉽게 검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 2월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는 나이지리아 마약법집행청(NDLEA)과 공조해 국제 마약조직 총책 K·제프를 현지에서 검거했다. 현재 그는 나이지리아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송환 가능성은 작다.

마지막으로 적색 수배 대상자인 박춘경 씨는 조선족 계통의 조직원을 이용해 최근까지도 국내에 마약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그도 중국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국내에 마약을 대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조직원을 이용해 국내로 필로폰 5㎏을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범행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