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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층 실험 참가자 1110명의 보행속도 분포[Age and Ageing, Max Western et al.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이 노인들에게 너무 짧아 위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배스대 맥스 웨스턴 박사팀은 9일 국제학술지 나이와 노화(Age and Ageing)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1110명의 보행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국 및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보행 신호 시간의 기준으로 잡고 있는 초당 1.2m 이상은 17명으로 1.5%에 불과했다. 이들만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전체 평균 보행속도는 초당 0.77m로 보행 신호 시간 기준보다 훨씬 느렸다. 노인들은 평소 보행속도보다 50% 이상 빨리 걸어야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보행 신호 시간이 유럽보다는 긴 편이지만 노인들에게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청 매뉴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행 신호 시간은 진입시간 7초에 횡단보도 길이 1m당 1초를 더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길이가 32m면 7초에 32초를 더해 39초 동안 신호가 유지되는 것이다.
보행속도가 ‘초당 1m’(연구팀 기준에 따라 초당 0.98m 이상으로 계산)인 노인은 연구대상 1110명 중 158명(14.2%)에 불과하다. 진입시간 7초까지 부지런히 걷는다고 계산해도 32m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건너려면 ‘초당 0.82m’를 걸어야 한다. 연구팀 연구 결과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노인은 363명으로 전체의 32.7%밖에 되지 않는다.
웨스턴 박사는 “이는 현재의 보행 신호 시간이 이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고령자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단순한 안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노년층의 자립성·신체활동·사회적 연결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지역에서 보행 인프라와 안전을 포함하는 물리적 환경을 고령자가 걷는 데 더 적합하게 만드는 것은 노인층의 신체활동을 촉진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녹색 신호 시간을 몇 초만 늘려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현실적인 보행속도인 초당 0.7m를 기준으로 신호 시간을 조정하면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자신 있게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