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1월 환변동보험 전년比 32.7% 급감
기업들, ‘고환율 장기화’ 예상하면서 수요 ‘뚝’
정부 달러 과다 보유기업 정책금융 차등적용 검토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현장에선 환율 1500원 진입을 대비해야 하냐는 기업들 문의가 많은데 괜히 달러를 팔았다가 더 비싸게 살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2008년 키코(KIKO) 사태 트라우마도 남아 있어 섣불리 환헤지에도 나서기 주저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중은행 외환 관계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유보금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가운데 환율 상승기마다 가입이 위축되는 환변동보험 실적도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환전해 고환율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하지만 현장에선 고환율 장기화로 ‘달러 움켜쥐기’ 기조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달러 과다보유 기업의 정책금융 지원을 차등하는 방안의 패널티도 검토하고 있다.
9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1~11월까지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보험금 기준)는 850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647억원) 대비 3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1년(7944억원) 이래로 최저 수준에 해당된다. 올해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가입액은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가입규모는 ▷2022년(1조2873억원) ▷2023년(1조2795억원) ▷2024년(1조4592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1조원대를 유지해왔다.
환변동보험은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원화 강세) 때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약정 환율보다 실제 환율이 낮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약정치보다 높아지면 그 차익을 돌려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기업들이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환율 하락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예상되면 기업들이 환변동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보유 중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다가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거주자 외화예금의 달러 비중 평균치는 지난해 78%에서 올해 85%로 상승했으며, 기업 비중 역시 같은 기간 80%에서 86%로 확대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유보금도 사상 최대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기준 기업 해외유보금은 1144억달러를 기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환율이 올랐을 때 거주자 외화예금이 감소한 모습이 관찰되나 최근 그 흐름이 많이 약해졌다”면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수출기업들의 네고물량을 포함한 달러 매도 물량이 유의미하게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배당수익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송금하기보다 현지에서 보유하거나 재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주요 수출기업들과 접촉해 환전을 요청하고 달러를 과다 보유한 기업에 대해 정책금융 지원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송금 의지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업 달러를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논의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95% 비과세 혜택을 100%로 확대하거나 현행 제도에서 제외된 저세율 국가 배당금도 비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3년 비과세 범위가 확대됐을 때 달러가 일시적으로 시장에 유입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제 혜택을 넓힐 경우 조세회피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제도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한 여권의 기재위 관계자는 “세금을 더 깎아주면서 환율을 잡겠다는 접근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0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저세율국에 쌓인 해외 누적 유보소득까지 국내 송금 시 비과세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 조세소위에서 “과세 공백이 발생할 뿐 아니라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이 유보소득 전액을 배당하는 경우에 한해서 인센티브를 적용하자는 보완 장치를 두면서 기재위 소위원장이 기재부에 추가 검토를 주문했지만 재논의에서도 소위를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기업들, ‘고환율 장기화’ 예상하면서 수요 ‘뚝’
정부 달러 과다 보유기업 정책금융 차등적용 검토
![]() |
|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469.2원에 개장.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현장에선 환율 1500원 진입을 대비해야 하냐는 기업들 문의가 많은데 괜히 달러를 팔았다가 더 비싸게 살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2008년 키코(KIKO) 사태 트라우마도 남아 있어 섣불리 환헤지에도 나서기 주저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중은행 외환 관계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유보금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가운데 환율 상승기마다 가입이 위축되는 환변동보험 실적도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환전해 고환율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하지만 현장에선 고환율 장기화로 ‘달러 움켜쥐기’ 기조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달러 과다보유 기업의 정책금융 지원을 차등하는 방안의 패널티도 검토하고 있다.
9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1~11월까지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보험금 기준)는 850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647억원) 대비 3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1년(7944억원) 이래로 최저 수준에 해당된다. 올해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가입액은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가입규모는 ▷2022년(1조2873억원) ▷2023년(1조2795억원) ▷2024년(1조4592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1조원대를 유지해왔다.
환변동보험은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원화 강세) 때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약정 환율보다 실제 환율이 낮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약정치보다 높아지면 그 차익을 돌려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기업들이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환율 하락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예상되면 기업들이 환변동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보유 중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다가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거주자 외화예금의 달러 비중 평균치는 지난해 78%에서 올해 85%로 상승했으며, 기업 비중 역시 같은 기간 80%에서 86%로 확대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유보금도 사상 최대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기준 기업 해외유보금은 1144억달러를 기록했다.
![]()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환율이 올랐을 때 거주자 외화예금이 감소한 모습이 관찰되나 최근 그 흐름이 많이 약해졌다”면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수출기업들의 네고물량을 포함한 달러 매도 물량이 유의미하게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배당수익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송금하기보다 현지에서 보유하거나 재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주요 수출기업들과 접촉해 환전을 요청하고 달러를 과다 보유한 기업에 대해 정책금융 지원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송금 의지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업 달러를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논의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95% 비과세 혜택을 100%로 확대하거나 현행 제도에서 제외된 저세율 국가 배당금도 비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3년 비과세 범위가 확대됐을 때 달러가 일시적으로 시장에 유입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세제 혜택을 넓힐 경우 조세회피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제도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한 여권의 기재위 관계자는 “세금을 더 깎아주면서 환율을 잡겠다는 접근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0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저세율국에 쌓인 해외 누적 유보소득까지 국내 송금 시 비과세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 조세소위에서 “과세 공백이 발생할 뿐 아니라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이 유보소득 전액을 배당하는 경우에 한해서 인센티브를 적용하자는 보완 장치를 두면서 기재위 소위원장이 기재부에 추가 검토를 주문했지만 재논의에서도 소위를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