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2년 버티다 끝내 극단적 선택
노동부 “조직적 괴롭힘 대부분 인정”…가해자 과태료·징계
임금 1.7억 체불·계약직 차별까지 ‘위법 종합세트’
노동부 “조직적 괴롭힘 대부분 인정”…가해자 과태료·징계
임금 1.7억 체불·계약직 차별까지 ‘위법 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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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한국지방세연구원지부 등이 24일 국회에서 연구원에 대한 특별금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공=공공운수노조]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벽에 막힌 것 같았을 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힘없는 부모의 마음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청년 노동자의 부모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낸 자필 편지다.
청년이 입사 2년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 사건의 진상은, 두 달간 진행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조직적 괴롭힘’과 ‘노동관계법 위반’이 중첩된 참혹한 실태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21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한 한국지방세연구원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9일 발표하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대부분을 인정해 가해자와 기관에 대해 행정·사법 조치를 내렸다.
“연차 쓰겠다 했더니 폭언”…내부비리 제보하자 ‘중징계·업무배제·형사고발’
노동부 조사 결과, 고인은 생전에 사측에 3차례, 고용노동청에 1차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연구원 자체 조사에서는 대부분 ‘불인정’ 처리됐다. 그러나 노동부가 재조사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표 사례만 봐도 충격적이다.
2023년 12월 19일, 고인이 연차휴가 사용을 신청하자 부장은 “특강 준비”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며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야근 중이던 고인을 술자리로 불러내 경영지원실장 등이 동석한 자리에서 “기합이 빠졌다”는 등 인격 모독성 발언도 이어졌다.
업무 일정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심한 욕설이 돌아왔고, 부장의 폭행·욕설이 외부에 알려지자 이번에는 “하극상”이라며 고인에게 자필 시말서를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고인이 연구원 내 평가조작 의혹을 제보한 뒤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연구원은 고인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까지 진행했다. 내부 비리를 문제 삼은 노동자가 ‘징계→배제→형사처벌’의 압박을 연쇄적으로 받은 셈이다.
노동부는 이런 행위 상당 부분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가해자인 사용자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고, 직접 가해 동료 근로자 5명에 대해서는 징계·전보 조치를 시정 지시했다. 미이행 시 추가 과태료도 예고됐다.
임금 1.7억 체불·계약직 차별까지...노동부 “직내괴, 예외없이 엄단”
특별감독에서는 노동관계법 전반에서 총 8건의 위법 사항이 추가로 적발됐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퇴직연금 사용자 부담금 등이 법정 기준보다 적게 지급되거나 아예 미납된 사실이 확인됐고, 피해자는 재직자·퇴직자 포함 140명, 체불 규모는 총 1억7400만원에 달했다. 해당 사안은 형사입건 4건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배우자 출산휴가 과소 부여, 임금대장·급여명세서 기재 누락 등으로 과태료 2500만원이 부과됐다.
특히 정규직에는 지급하던 가족수당·중식비·성과상여금을 계약직에게 지급하지 않은 차별 행위도 드러나 시정 명령이 내려졌다.
특별근로감독이 종료된 뒤 연구원장은 사임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특별감독팀은 고인의 유족을 직접 만나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위로를 전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한창 꽃 피울 20대 청년이 입사 직후 2년 만에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것에 대해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생계를 위해 나선 일터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