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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수단 발족 반년만에 무혐의 결론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해 합동수사팀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 세관 직원들이 마약밀수 범행을 도왔다고 볼 수 없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은 대통령실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일가의 마약 밀수 및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단장 채수양 부장검사)은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10일 합동수사팀(이후 합수단으로 격상)을 발족한 뒤 182일 만이다. 합수단은 경찰청과 인천세관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46대를 확보해 분석했다.

합수단은 마약밀수 범행을 도왔다고 지목 받은 세관 직원 7명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인천공항세관장 등 8명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은 2023년 9월 백해룡 경정(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들로부터 필로폰 총 27.8kg을 압수했다. 834억원 상당이다. 백 경정은 마약조직원들이 같은해 1월 필로폰 4~6kg을 몸에 부착한 상태로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했고 당시 세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23년 10월 백 경정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소탕 관련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던 도중 서울경찰청 지휘부로부터 ‘관세청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백 경정은 세관으로 수사를 확대했다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검찰·경찰의 외압을 받고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수단은 사건의 시발점이 된 마약조직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발표했다. 합수단은 “운반책들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고 핵심적 내용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운반책들 또한 합수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세청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합수단은 “외압을 행사할 동기와 필요성이 없었고 실제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여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영등포서 또한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합수단은 서울청 간부들이 보도자료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법한 업무 지시라고 봤다. 세관 압수수색 수 시간 전 해당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브리핑을 계획해 수사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이끈 초기 경찰 수사의 여러 문제점도 지적했다. 합수단이 이날 공개한 2023년 9월 경찰의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에는 운반책 A씨가 공범 B씨에게 말레이시아어로 여러 차례 허위진술을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A씨는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지 않느냐”며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하라”고 종용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밀수범들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인 통역 한 명만 대동해 A씨에게 통역을 시켰다”며 “그럼에도 밀수범들의 허위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B씨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세관과 관련해 나는 이미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는데 경찰관이 이미 진술한 내용이 있어서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합수단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 수사 무마·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백 경정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 직후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본부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공지에서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라며 “검찰 사건기록 상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합수단이 이 영장을 청구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