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피해 구제 과정서
“피해 주면 목소리 소외돼”
주민 60%, 임시 거쳐 생활
“피해 주면 목소리 소외돼”
주민 60%, 임시 거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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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6일 대형 산불이 휩쓴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1리 아침상황. 차량이 전소됐다. [독자제공]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경북 산불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됐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기준 피해 주민 10명 중 6명은 임시 주거 시설에서 지내고 있었다. 또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간 최대 1억1500만원에 달하는 보상액 차이도 나타났다. 특별법이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와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는 공동으로 지난 10월부터 1개월간 진행한 ‘2025 경북 산불 피해주민 실태조사’의 중간 결과를 9일 공개했다.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산불특별법) 제정 이후 주민 피해 복구 상황 점검 차원에서 진행됐다.
허울뿐인 특별법…주민 60%는 임시 거처
이번 조사는 오는 15일 ‘산불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앞서 진행됐다. 안동·의성·영덕 지역 산불 피해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재난 이후 회복 실태와 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 두 달간 진행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질적 회복 지원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피해 주민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조사 시점 기준 전체 응답자의 62.4%는 컨테이너 등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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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6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한 영덕읍 영덕국민체육센터의 이재민. 영덕=이상섭 기자 |
주택 피해를 입은 응답자 중 17.7%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복구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주된 사유는 ‘비용 부족(42.1%)’이 가장 높았다. 이는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현행 지원 기준이 실제 주택 신축 비용(재조달 가액)을 반영하지 못해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의 자력 복구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분석된다는 게 조사기관의 설명이다.
주택 소유주와 세입자 간 보상 수준의 격차도 확인됐다. 현행 지원 체계는 실거주자가 아닌 소유권 중심으로 설계돼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조사에 응답한 임대 거주 피해자의 46.2%가 피해보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주택 소유자는 1억 2000만원을 수령한 반면 전소 피해를 입은 실거주 세입자는 500만원 수준의 지원에 그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해 주민 목소리, 입법과정서 소외돼
또 재난 수습 및 입법 과정에서 피해자의 참여권과 알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80.2%는 ‘특별법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주민의 68.9%는 “입법 과정에서 피해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실질적 피해 평가 계획 부족(57.3%)’과 ‘생계 회복 내용 부족(42.0%)’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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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의성에서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산불로 영덕군 낙평리의 한 주유소가 전소되어 있다. 영덕=이상섭 기자 |
정보 접근성과 절차적 투명성 부족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재난 이후 구호금 및 성금 정보를 얻는 경로로 응답자의 48.1%는 ‘이웃 또는 이장을 통해 들었다’고 답했다. 공식 행정 채널을 통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복구지원비를 받은 응답자의 70%는 보상금의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알지 못한 채 지원금을 수령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진행한 세 단체는 이번 결과가 기후재난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과거의 대응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서린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활동가는 “이번 조사는 산불 피해가 단순한 물리적 손실을 넘어 재난 수습 과정에서 ‘정보 접근의 제한과 절차적 배제’라는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구성될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에는 피해 주민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복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현재의 복구 지원은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 주민들의 회복을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편의적인 방식으로 인해 수많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런 일방적 과정에서 주민의 울분이 커지고 트라우마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선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기후위기는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가장 먼저 깊게 무너뜨리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기후재난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