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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
[헤럴드경제=심아란·박지영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IB·법조계가 주목하는 건 흥국생명의 ‘계약협상금지가처분’ 조치 여부다. 여기서 핵심은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이 아녔다는 전제 하에 흥국생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에 있다. 다만, 이번 거래가 공공 등이 아닌 민간 간에 이뤄진 거래인 만큼 흥국생명의 법적 대응에 한계가 있으리란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태광그룹의 흥국생명이 매각 측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매각 주관사인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거래 대상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98.8%다.
인수 후보였던 흥국생명은 지난달 11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최고가로 입찰했다는 입장이다. 본입찰 이후 주관사가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흥국생명 입찰가를 유출했다는 게 흥국생명 측의 주장이다. 매도자 측이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약속을 파기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흥국생명은 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래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던 주간사의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며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관사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제기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카드로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소송을 전망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과 계약 협상 및 체결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계약 체결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고 소송 자체가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부담이 된다.
업계가 꼽은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입찰 조건에 ‘다단계 입찰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 포함 여부 ▷주관사가 비밀유지 의무를 어기고 흥국생명 입찰가 유출 여부 ▷프로그레시브 딜이 아니었을 경우 흥국생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가능성 입증 등이다. 즉 흥국생명은 매도자의 불공정한 절차 진행으로 우선협상자가 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후속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다단계 입찰을 하지 않는 게 입찰의 ‘조건’이었는데 이를 어기고 매도인 측이 경쟁을 유발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힐하우스에게 가격을 높일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흥국생명이 낙찰됐을 것이라는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공공성을 요구하는 국가나 공공기관 주도 거래가 아닌 점도 변수다. 흥국생명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매도자가 매수자를 선택하는 민간 거래의 재량권을 법적으로 제재할 명분이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절차에 다소 하자가 있어도 심각한 위법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기존 계약이 인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은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절차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면서도 “사기업 M&A에서 이같은 소송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사적 경제 주체인 기업을 매각하는 방식은 기업의 재량이라는 게 법원의 기본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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