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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금품 제공 폭로 예고한 통일교 윤영호, 입 닫은 이유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0일 금품 제공 관련 더불어민주당 인사 실명을 폭로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공판에서 국민의힘 쪽뿐 아니라 민주당 쪽에도 접근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실명 얘기하려다가 못했는데 그 부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는 최후변론을 통해 금품을 제공한 민주당 측 인사의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해당 인사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하고 관련된 장문의 의견문을 써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윤 전 본부장이 애초 예상과 달리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측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통일교를 겨냥한 듯한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강성 발언’이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는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 이를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헌법위반 행위이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더라”며 “이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앞서 일본 법원이 지난 3월 고액 헌금 피해 등을 이유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해산을 명령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처분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읽혔다.

이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통일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해봤느냐”며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법인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교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측 인사에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날 특검팀으로부터 민주당 관련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하루 만에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 채비를 서두르는 상황이 됐다.

윤 전 본부장으로서는 스스로 불을 댕긴 현 상황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 한발 물러섰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조직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이 나름의 전략에 따라 의도적으로 침묵을 택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팀이 자신의 진술 자료를 경찰에 넘기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향후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패를 감췄다는 것이다.

내달 28일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새로운 의혹을 제기해 다시 수사기관을 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재판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개연성도 있는 만큼 일단 자세를 낮춰 선처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