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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지금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주요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6.5% 증가했다. 이는 포화 수준의 내수시장에서 온라인 매출의 성장세가 오프라인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편의점 산업은 이미 포화 단계에 진입해 2025년 5월 기준 2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더불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신속한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요구 역시 세분화·개인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수익 구조는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 이제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점포 효율화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외부 동력, 즉 해외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고소득 인구 비율이 높고 문화 수용성이 큰 유럽, 중산·부유층이 집중된 중남미 주요 도시로의 진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남미의 소득 수준이 높은 교포 밀집 지역을 초기 진출 거점으로 삼는 것은 매우 전략적이다. 교포들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커뮤니티 연결성이 강하다. 초기 안정 매출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어떤 도구와 상품으로 승부할 것인가’도 핵심 과제다. 한류는 세계적인 파급력을 확보했다. 문화 콘텐츠의 확산은 K-뷰티·K-푸드·K-패션·K-팝 등 소비재 전반으로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K-상품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수출재다. 문화콘텐츠 수출이 증가할수록 관련 소비재 수출이 연동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뚜렷하다. 2023년 K-팝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4% 이상 증가하고, 화장품 수출이 85억 달러에 달한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유통산업이 이 흐름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기회를 잃게 된다.
조직 형태는 편의점이나 특화된 소형마트가 적합하다. 진입비가 낮고 회전율이 높은 소형 점포 모델은 초기 리스크가 작고, 현지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는 직영점 형태로 현지 매장을 인수해 현지 상품과 K-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이중 상품구조를 통해 비용과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직영점이 성공하면 이후 지역별·상권별 특성에 맞춘 프랜차이즈 확장이나 로컬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해 투자 리스크도 분산된다.
그러나 단순히 한국 상품을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화 R&D가 필수적이다. 유럽인의 입맛을 반영한 K-푸드, 라틴 소비자의 피부 톤과 기후를 고려한 K-뷰티, 현지 소비 패턴에 맞춘 PB상품 등 ‘현지 맞춤형 콘텐츠 유통’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AI 등을 활용한 소규모 R&D 센터를 설치하고, 지적재산권(IP)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장기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진출 국가의 규제 해소, K-상품 특허와 브랜드 보호, 현지 법인 설립에 필요한 행정지원 등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미래는 국내의 포화 경쟁에서 벗어나 한류를 등에 업고, K-유통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와 경영관리로 새로운 글로벌 성공 표준을 만드는 데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 (전 유통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