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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연준 의장만으로는 성에 안 찬 트럼프, 연준 이사들 ‘오토펜 임명’ 조사 지시

바이든 전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연준 이사들에 대해
“오토펜이 임명했을 가능성”...조사 지시
‘측근’ 마이런 임명 등 이어 연준 장악 시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포코노 소재 마운트 에어리 카지노 리조트에서 열린 정치 유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임명의 최종 단계에 와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인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연준 이사들에 대해 임명 과정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오토펜(자동서명기)’으로 임명됐다면 해임할 수도 있다 시사하며 연준 장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진행된 정치유세 중 “오토펜이 그 (연준 이사들의) 임명장에 서명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만약 그들이 그렇게 서명했다면 우리는 이를 확인해 볼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임명한 관료가 오토펜을 사용했다면 “당장 쫓겨났을 것(thrown the hell out of here)”이라며 유세에 동행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스콧, 확인해 주겠나? 오토펜이 4명 모두, 혹은 그중 몇 명에게 사용됐을 수 있다는 말이 들린다. 두 명만이라도 잡자. 그러니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이사들 중 임명장에 오토펜으로 서명이 된 이들이 있다면 이를 문제삼아 해임할 수 있다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제롬 파월 의장을 재임명했고, 필립 제퍼슨 부의장과 마이클 바 부의장을 이사로 임명했다. 해임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리사 쿡 이사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됐다. 바이든이 임명했던 다섯번째 연준 이사였던 아드리아나 쿠글러는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둔 지난 8월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글러 전 이사의 공석을 자신의 ‘경제 책사’인 스티븐 마이런으로 채웠기 때문에 그가 이번 조사로 노리는 대상은 4명이다.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자신의 경제 정책을 뒷받침해줄 금리인하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수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에 금리인하를 압박해왔다. 쿡 이사에 대해서는 대출 과정에서 허위 사유를 제시했다며 해임했고,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자신의 ‘복심’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연준의 급격한 정치화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임명한 마이런 이사는 이후 세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홀로, 연달아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주장하며 연준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토펜 임명’이 사실이라 해도 이사들의 자격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 이사는 대통령의 지명 이후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장에 서명해야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되는데, 블룸버그는 오토펜이 해리 트루먼 행정부 시절인 1940년대부터 여러 대통령에 의해 관례적으로 사용됐다고 전했다.

2005년에는 백악관 법률고문단이 법무부에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때, 오토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초기 공화국 시절 ‘서명’의 역사적, 법적 의미에 따라 “타인에게 서명을 지시해 문서에 서명하게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직접 서명 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하면 연준 이사 임명장에 ‘오토펜’ 서명이 있어도 임명 자체의 법적 정당성에는 영향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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