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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억 입찰가 유출됐다” 흥국생명, 이지스 최대주주·모건스탠리 고소

본입찰 최고가 1조500억원 제시했지만
프로그레시브 딜에서 힐하우스에게 역전
“입찰가격 유출해 매각가 높이는 데 이용”
힐하우스 ‘중국계 자본’ 논란에 안보 우려도
국민연금도 자금 회수 검토…적격성 심사 남아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과 관련해 최대주주·주주대표·모건스탠리 임원 등 5명을 입찰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본입찰 최고가를 제시하고도 프로그레시브 딜로 역전당한 것을 두고 ‘입찰가 유출’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전경. [흥국생명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이지스자산운용 최대 주주와 주주대표, 공동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 임원 등 5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본입찰에서 1조 500억원의 최고가를 제시하고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입찰가 유출’과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흥국생명은 서울경찰청에 이지스자산운용 최대 주주 손모 씨, 주주대표 김모 씨, 모건스탠리 한국 IB부문 김모 대표 등을 공정 입찰 방해와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11일 밝혔다.

흥국생명 측 주장에 따르면 피고소인들은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입찰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로 공모하면서도 이를 숨긴 채 일반적인 입찰처럼 진행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입찰 후보에게 경쟁사 가격을 공유하며 추가 입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흥국생명은 앞서 매각 주간사가 본입찰 전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번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을 써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은 각각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측이 흥국생명의 입찰 가격을 힐하우스에 전달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게 흥국생명의 주장이다. 이에 힐하우스가 약 1500억원을 추가로 올려 1조1000억원을 제시하며 판세가 역전됐다.

흥국생명은 고소장에서 “가격 형성과 경쟁 방식에서 지켜져야 할 공정성이 파괴됐다”며 “공정한 입찰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는 명백한 입찰 방해 행위이자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총 운용자산 66조8000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다. 올 9월 말 기준 부동산 수탁자산 규모는 27조원으로 시장점유율 14.6%에 달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해 국내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손모 씨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12.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김모 씨는 손 씨의 딸로서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이번 매각을 주도하는 주주대표다.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와 함께 이번 매각의 공동 주간사를 맡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힐하우스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힐하우스는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베이징, 홍콩, 뉴욕 등에 지점을 둔 글로벌 사모펀드지만, 창업자 장레이 회장이 중국 태생인 데다 과거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중국계 자본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가 국가 안보 차원의 우려로 번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이번 매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이지스자산운용에 위탁한 출자금 약 2조원을 전액 회수하기로 방안을 논의했다. 매각 실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위탁 자산 관련 내부 정보가 잠재 인수자들에게 과도하게 공유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국민연금은 이를 ‘국가 기밀 유출에 준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민·형사상 조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에서는 재무건전성, 법 위반·제재 여부뿐 아니라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와 지배구조 투명성, 국가 안보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