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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투자 받았어요”… ‘컴업 2025’ 비즈니스 매칭, 이틀만에 2800건 돌파

컴업 비즈니스 매칭, 이틀만에 2800건
투자자와 기업가 만남… 생태계 조성 한몫
재도전 응원본부 출범… “실패는 소중한 경험”
출범 7년 컴업 행사 ‘K벤처’ 생태계 축으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5’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중기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벤처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5’가 ‘보여주기식 축제’라는 오래된 꼬리표를 떼고, 투자·계약 상담이 실제로 오가는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 주최 측이 제시했던 비즈니스 매칭 목표치(2000건)를 이틀 만에 넘어선 데 이어, 현장에서는 “여기서 투자 받았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중기부 “벤처 투자 등 2800여건”

행사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컴업 2025’에서 2800여건의 비즈니스 매칭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2800건에는 스타트업·벤처기업과 투자자 매칭뿐 아니라 대·중견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상담도 포함된다. 당초 중기부는 행사 기간 2000건 이상의 매칭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인 11일 마감까지 집계된 수치가 이미 목표치를 상회한 셈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도 행사 첫날인 10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는 국내 투자자, 글로벌 투자자를 많이 초청해 사전매칭·현장매칭 등 투자유치 성과를 위해 집중했다”며 “첫날(10일)까지 1567건의 투자상담이 이뤄졌다”고 적었다.

올해 ‘컴업 2025’에는 해외 46개국에서 스타트업이 참가했고, 코엑스 B홀 전시장에는 국내외 275개사가 부스를 꾸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인도 등 7개국은 국가관을 따로 운영하며 자국 스타트업을 전면에 세웠다. 참관객도 몰렸다. 사전 등록자는 1만4181명, 첫날 현장 등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등록 데스크 앞에는 한동안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행사장 분위기는 숫자만큼이나 ‘실전형’에 가까웠다. 전시구역과 컨퍼런스장 사이 복도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 일정표를 맞춰보며 다음 미팅 장소를 확인했고, 투자자 라운지에선 IR 자료를 펼쳐놓은 채 질문이 이어졌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비즈니스 미팅 존 테이블은 항상 만석이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부스 홍보보다 미팅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컴업의 ‘외연 확장’은 중동에서 온 인물 한 명이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AI기업 ‘휴메인(HUMAIN)’의 타렉 아민 최고경영자(CEO)가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AI가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2025’에서 참관객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유니콘 넘어 K-벤처’ 청사진 꺼냈다

‘벤처 미래 비전 포럼’은 컴업의 성격 변화를 설명하는 단서로 꼽힌다. 벤처 30주년과 모태펀드 20주년을 계기로 열린 포럼에서 한 장관은 ‘벤처·스타트업, 유니콘을 넘어 K-벤처로’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포럼에서 제시된 방향은 ‘스케일업’에 가깝다. 고성능 GPU 등 AI 인프라 확충, 지역 첨단 창업 허브 구축, 스톡옵션 등 보상체계 개선, 모험자본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이 한 묶음으로 언급됐다. 단순히 창업 ‘숫자’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규모의 기술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 프레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장관은 “글로벌과 달리 현재 대한민국 시가 총액 상위 10위권 안에 벤처·스타트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벤처·스타트업이) 시가 총액 순위 최상단에 우뚝 서는 날, 우리 경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여러분이 마음껏 질주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무기와 탄약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청사진은 ▲바이오·방산·반도체 등 6개 전략 분야에서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곳 양성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데카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50개사 탄생 ▲연 40조원의 벤처 투자 시장 구축 ▲세계 벤처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

한 장관은 “우리 벤처 생태계는 글로벌 강국으로 나아가는 문턱에 있다”며 “이제는 AI 고속도로가 깔렸고 이곳을 달릴 기업을 키우고, 그 기업들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다”고 새로운 벤처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2025’에서 외국인 스타트업 관계자가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재도전 응원본부’ 출범 “실패를 끝으로 두지 않겠다”

행사 둘째 날인 11일에는 ‘재도전 응원본부’ 출범 소식도 나왔다. 중기부는 재창업 기업인과 유관기관, 민간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재도전’ 지원 체계를 공식화하면서,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가·경영자가 다시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재기 과정에서 부딪히는 보증·컨설팅·판로·투자 연계 등 여러 고리를 한 번에 묶겠다는 취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투자가 위축될수록 ‘실패 이후의 길’이 더 중요해진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번 컴업에서 매칭 건수가 목표치를 초과한 것과 맞물려, ‘재도전’이 단지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 운영의 축으로 들어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도전 응원본부는 재도전 문화 확산을 위해 내년 1월 현장간담회를 시작으로, ‘실패콘서트’, ‘지역창업 페스티벌’, ‘리챌린지 IR(기업설명회)’, ‘재도전 기업가정신 정책포럼’ 등을 전국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에 회생기업 등 위기 징후 기업에 구조개선자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재기 소상공인의 파산·회생 절차를 신속 처리하는 ‘패스트트랙’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동종 업종 재창업기업의 창업 인정 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재도전자에 대한 연대책임 제한을 내년부터 모든 벤처투자 영역으로 확대하고, 복잡한 폐업 과정에 대한 법률 자문과 심리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앞으로 5년간 1조원 이상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하고 내년엔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해 재도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