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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게이트’ 수렁에 빠지다

여당 인사 다수 연루설…엄정대응 ‘정면돌파’ 방침
이대통령 통일교 비판, 국정부담 부메랑 모양새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지만, 통일교 연루 의혹을 받는 여권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면서 대통령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국가운영 원칙의 문제로, 이에 대해 엄정대응한다는 입장은 그대로”라며 “통일교의 언론플레이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통일교 해산을 언급한 상황에서 현직 장관급 인사들과 중진의원으로까지 의혹이 확대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선 통일교 논란과 관련해 이종석 국정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노영민 전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강선우 의원, 임종성 전 의원 등 복수의 여권 인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전날 이 대통령은 전 전 장관이 사의 의사를 밝힌지 4시간여 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으며, 10시간여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대통령이 두 차례 국무회의 자리에서 통일교를 정조준하며 고강도로 비판하고 여야를 불문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통일교 논란이 오히려 국정부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통일교 불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 9일 국무회의에선 “(종교단체 등) 법인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반사회적,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도 정교분리는 정말 중요한 원칙이라며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헌법 위반 행위이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법원이 지난 3월 고액 헌금 피해 등을 이유로 통일교 해산을 명령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처분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권 인사의 통일교 연루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금품이 거론된 전 전 장관은 자진사퇴로 정리했지만, 정 장관과 이 원장에 대해선 금품 관련 진술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데다 당사자들이 완강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향후 수사가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럴수록 정치권의 공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처신”이라며 의혹 자체는 부인했다. 정 장관도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는 “윤영호 씨(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를 야인 시절 단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있지 않았다”면서 4년 전 경기도 가평에서 한 차례 만나 10분간 차담을 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 원장도 ‘3년 전 윤 전 본부장을 본 것이 전부’라며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윤호·문혜현 기자
야당 ‘통일교 특검’ 역공 강화…경찰 수사 주시
지방선거·2차특검 스텝꼬여…동력 상실 우려

더불어민주당 내 장관급 중진 국회의원의 통일교 연루 의혹이 번지면서 2차 특검으로 내란청산을 완수하겠다던 방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야권에서는 ‘통일교·민주당 정치자금 특검’을 본격 띄우며 대여 공세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의 특검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경찰 수사부터 지켜보자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통일교 게이트가 흘렀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야당 정치공세에 신경 쓸 만한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판을 자꾸 키우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이고 공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 새로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자 특검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의혹을 털어내고 싶다면 이 사안에서 자유로운 정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받아야 한다”며 “개혁신당이 통일교의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특검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이야기가 맞다면 민주당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신규 특검으로 해결하자”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오늘 이준석 대표가 ‘통일교 민주당 정치자금 제공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제안했다”며 “국민의힘과 함께 명확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발본색원을 특검으로 이뤄내 봅시다”고 화답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근거가 부족한 만큼 경찰 수사부터 지켜봐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아울러 ‘특검은 기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해야 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허황된 얘기인가부터 국가수사본부에서 잘 밝혀내야 하고, 그 수사가 미진할 때 특검으로 가는 거지 바로 특검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번 3대 특검은 윤석열 검찰에서 안 했기 때문에 특검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에 대한 야권의 통일교 특검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3대 특검을 종합 연장하는 ‘2차특검’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기류도 읽힌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청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수사 기간이 끝나가는 만큼 미진한 부분을 모아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언해 왔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2차특검 관련해서는 사실 당내에서 합의된 게 아니다”며 “지도부와 같이 고민해보는 선인데 메시지가 너무 빨리 나갔다”고 밝혔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국민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부분들은 이제 2차 특검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당 3대종합특검 특위에서 어떤 게 미진한 건지 일단 정리한 다음에 저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좀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