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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타던 아이, 학원버스 우회전에 참변…우회전 일시정지 3년, 달라진 게 없다 [세상&]

매년 평균 60명 우회전 사망사고 발생
“운전자·보행자 모두 안전 경각심 가져야”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으나 보행자 사망 사고는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우회전 차량 단속 이미지.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으나 보행자 사망 사고는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2일 헤럴드경제가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지난 4년간의 통계(2021~2024년)를 분석한 결과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한 사고는 모두 1만617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사고 건수를 보면 2021년 3893건이던 사고는 2022년 4092건으로 늘었다. 2022년 7월부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 우회전 차량이 일시 정지해야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줄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명확해진 2023년에도 여전히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 사고 건수는 4130건으로 집계됐다. 시행규칙에 따른 우회전 일시정지는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반드시 일시정지를 하고,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경우에는 녹색불에만 우회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2024년에도 4062건을 기록하는 등 4년 내내 4000건 안팎을 유지했다.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 건수도 2021년 77명, 2022년 58명, 2023년 63명, 2024년 65명으로 연도별 평균 60명 안팎을 기록해 큰 변화가 없었다. 부상자 수 역시 각각 3963명, 4172명, 4250명, 4144명으로 나타나 근사치를 보였다.

우회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21년 3893건, 2022년 4092건, 2023년 4130건, 2024년 4062건으로 2022년 7월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 도입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경찰청 제공]

특히 차종별로 보면 우회전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승용차가 많았다. 지난해 승용차 우회전 사고는 3039건으로 전체(4062건)의 약 75%에 달했다. 다만 사망사고 비중은 대형 차량에서 높게 나타났다. 화물차는 468건의 사고가 발생해 16명이 숨졌고, 승합차는 325건의 사고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기계 차량도 31건의 사고로 9명이 사망했다. 사고 건수 자체는 승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차량 우회전 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울산 북구 송정동 7번 국도에서는 울산공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던 시내버스가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A씨를 치었다. 당시 사고는 버스 기사가 A씨를 발견하지 못한 채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끝내 숨졌다. 이달 8일에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의 한 삼거리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던 학원 통학버스가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 B군을 치어 사망케 했다. 이처럼 우회전 교통사고는 지역이나 시간대 구분 없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제도상으로는 자리 잡았어도 운전자와 보행자의 자발적인 안전 의식을 끊임없이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버스나 트럭처럼 차체가 크고 운전대가 높은 차량은 구조적으로 사각지대가 넓다”며 “특히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가 길어 우회전할 때 차체가 인도 쪽으로 파고드는 현상이 발생해 경계석에 서 있던 보행자가 그대로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 사망 사고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이나 처벌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고를 줄이는 핵심은 결국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자발적인 안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특히 보행자는 교차로에서 최소 1m 뒤로 물러서서 대기해 사고 위험에 항상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령 개정 이후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해서는 단속과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4월에도 집중단속과 계도를 실시했는데, 교통안전 캠페인 등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운전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