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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쿨한 언니’ 도자 캣에 20대 여성 열광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美 빌보드 1위·그래미 수상 팝스타
첫 내한 공연서 1만4000명 열광
여성팬 상당수 2030 관객 91.2%
관능과 육감 오간 19금 퍼포먼스

 
팝스타 도자 캣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1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고승희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 걘 악마야. 나쁜 기집애고 반항아지, (중략) 난 내가 할 말을 했을 뿐이야. 차라리 난 그냥 유명해질래. (Mm, she the devil. She a bad lil‘ bitch, she a rebel(중략)I said what I said. I’d rather be famous instead.)” (2023년 ‘페인트 더 타운 레드’ 중)

20대 젠지(Z세대, 1995년 이후 출생) 여성들의 대동단결이었다. 무대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희번덕거리며 마이크를 물어버리고, 꼭두각시 인형 같은 표정을 짓더니 뒤돌아 운동으로 단련된 엉덩이를 흔들며 육감을 발산한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따위는 벗어던지고 ‘빌런’을 자처하는 자기 주도형 팝스타. 달콤한 멜로디에 맞춰 플러팅을 던지며 관계를 이끌고, 스스럼없이 욕망을 드러낸다. 쿨하고 솔직한 ‘센 언니’ 도자 캣은 키치와 클래식을 오가는 관능적 무대로 한국의 20대 여성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팝스타 도자 캣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 13일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1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도 열린 이번 공연에선 지난 9월 발매된 정규 5집 ‘비’(Vie)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을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냈다.
팝스타 도자 캣의 호주 공연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도자 캣은 일명 ‘방구석 뮤지션’으로 음악계에 첫발을 디뎠다. 2012년 음악 공유 사이트인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작곡 ‘소 하이’(So High)를 올려 화제가 됐다. 고등학교 자퇴 이후 아이패드의 ‘개러지밴드’ 앱으로 만든 비트나 유튜브 무료 비트를 내려받아 만든 곡 중 하나였다. 얼터너티브 알앤비 장르로 대마를 피우며 느끼는 나른한 기분을 담은 이 곡이 입소문이 나 2014년 첫 미니앨범 ‘퍼!’(Purrr!)를 발매하게 됐다. 이후 발매한 ‘무(Mooo!)’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엄청난 밈으로 확산하며 도자 캣은 인터넷 시대의 괴짜 스타로 떠오르게 됐다. 그 뒤 도자 캣은 우리가 아는 팝스타 반열에 올랐다.

2018년 첫 스튜디오 앨범 ‘아말라’(Amala)가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시저(SZA)와 협업한 싱글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는 전 세계 스트리밍 30억회를 넘겼다. 이 노래로 그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4집 수록곡 ‘페인트 더 타운 레드’(Paint The Town Red)는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싹쓸이했다.

‘밈’으로 뜬 괴짜 스타가 팝스타로, 아티스트로 변모하는 ‘진화의 서사’는 이날 내한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스탠딩 석은 물론 지정석 객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이 도자 캣을 향한 열광을 쏟아냈다.
팝스타 도자 캣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1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고승희 기자

특히 이날 공연은 20대 여성 관객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도자 캣의 내한공연에선 20대 예매자의 비중이 59.6%로 가장 높았다. 30대가 31.6%로, 소위 MZ세대가 91.2%에 달했다. 여성 관객의 비중은 80.9%였다. 현장 역시 올해 한국을 찾은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카녜 웨스트와는 달리 여성 관객들의 숫자가 엄청났다. 도자 캣의 쿨한 태도와 당당한 자아 인식, 솔직하게 드러낸 성(性)적 욕망과 자기 긍정, 유쾌하고 쾌활한 밈부터 ‘본업 천재’의 면모를 내뿜는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는 도자 캣에게 젠지 여성팬이 많은 이유다.

첫 내한은 성공적이었다. 재즈 시대의 빅밴드를 보는 듯한 무대가 열리자, 검은색 상하의에 탐스러운 금빛을 뽐내는 볼드한 벨트, 블랙의 망사 스타킹 위의 보디슈트를 입은 도자 캣이 얼굴을 드러냈다. 에메랄드 빛깔의 머리 위에 얹은 수많은 비즈 장식의 모자까지 쓴 도자 캣은 1920년대 뉴욕의 보드 빌 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 관객 앞에 펼쳐냈다.
팝스타 도자 캣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1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고승희 기자

첫 곡 ‘카즈’(Cards)를 시작으로, 도자 캣에게 그래미 수상을 안긴 히트곡 ‘키스 미 모어’에서 떼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달달한 멜로디의 디스코 팝 사운드로 “더 키스해 줄래? 우린 아주 젊고, 잃을 것도 없잖아(Can you kiss me more? We‘re so young, boy, we ain’t got nothin‘ to lose)”라고 말하는 능동적인 연애관은 20대 여성들의 ‘취향 저격’ 곡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고저스’(Gorgeous)까지 네 곡을 줄줄이 부른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도 보여주자 객석은 금세 뜨거워졌다.

도자 캣을 에너지 넘치는 래퍼로만 생각했다면 오산. 도자 캣은 랩 잘하는 가수이자, 노래 잘하는 래퍼로도 불린다. 니키 미나즈처럼 선명하고 날선 랩이 쫀쫀하게 이어지다가도 ‘액츠 오브 서비스’(Acts of Service)·‘아고라 힐스’(Agora Hills)·‘메이크 잇 업’(Make It Up)·‘스트레인저’(Stranger)에선 팔색토 창법을 뽐낸다.
팝스타 도자 캣의 호주 공연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도자 캣의 무대는 ‘뼈마름’을 자랑하는 K-팝 걸그룹의 무대에선 볼 수 없던 관능과 육감이 넘실거렸다. “난 딱히 이상형 같은 거 없어. 그냥 밤새 너랑 사랑을 나누고 싶을 뿐이야(I don‘t really got no type. I just wanna f** all night)”라며 스스럼 없이 성적 욕구를 드러냈던 ’니드 투 노우‘의 노랫말처럼 그의 무대는 19금 콘서트의 파격적 퍼포먼스를 그대로 보여줬다.

‘주시’(Juicy)에서 엉덩이춤을 출 땐 화면 가득 도자 캣의 하체를 클로즈업했고, , ‘스트리츠’(Streets)에서는 스탠드 마이크를 각각 활용한 섹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웨트 버자이나’(Wet Vagina)에선 아프리카 리듬에 실린 제의적 음악 위로 바닥에 엎드려 음악에 몸을 맡겼고, ‘티아 타메라’(Tia Tamera)를 부를 때는 긴 마이크 줄을 입에 물거나 채찍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WYM 프리스타일(WYM Freestyle)’에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수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왔다.

100분가량 이어지는 무대에서 도자 캣은 랩이면 랩, 노래면 노래 어느 한쪽도 무너지지 않고 일관된 퀄리티의 무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잘 설계된 무대와 공평한 에너지 분배, 탄력있는 밀고 당기기의 무대는 도자 캣이 얼마나 명민한 팝스타인지를 보여줬다. 그가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디스코 팝 장르의 ‘세이 소’(Say so)와 ‘비’ 앨범에 수록돼 이른바 ‘쿨병 치료제’로 불리는 ‘젤러스 타이프’(Jealous Type)에 이르기까지 도자 캣의 에너지는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