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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불법 성관계 영상 유포, “누군지 아는 분 댓글”까지…부모도 책임져야 [세상&]

피해자 “가해자, 부모와 공동으로 4000만원 지급해야”
법원 “피해자 정신적 고통 명백, 1500만원 지급하라”
“부모도 공동 배상…보호·감독 의무 게을리 한 잘못”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면서 “이분 누구인지 아는 분 댓글 달아달라”는 글을 올린 고등학생에게 “부모와 함께 피해자 측에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민사2단독 김현범 판사는 피해자가 고등학생 A군과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은 A군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게 명백하다”며 “부모도 올바른 성교육을 하는 등 보호·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지난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남성이 본인과 성관계한 다수의 여성들에 대한 불법촬영물을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등에 유포한 게 시작이었다. 유포 직후 이 남성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지만, 불법촬영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유포와 재유포가 반복됐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군도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22년 2월께 불법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했다. 그러면서 “이 분(피해자) 누구인지 아는 분 댓글 좀”이라는 글을 올렸다. 자칫 잘못하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특정될 우려가 있었다.

A군이 올린 글을 본 피해자는 A군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피해자 측은 “A군의 행동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로 4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해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군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게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불법행위 당시 A군은 고등학생으로서 본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별할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A군의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법원은 “A군은 미성년자로서 경제적인 면에서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며 보호·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부모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A군이 성적 호기심을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할 위험이 있음을 인지해야 했다”며 “올바른 성교육 등으로 지도와 조언을 해야 할 보호·감독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 손해배상액은 피해자 측이 주장한 4000만원이 아닌 1500만원이 인정됐다. 법원은 “불법행위의 정도, 피해자가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정도 등을 종합해서 위자료를 1500만원으로 정한다”고 했다.

한편 A군은 이 사건으로 지난 2023년 5월,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인 만큼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돼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