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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트럼프’ 카스트, 대통령 당선…중남미 우파 ‘블루 타이드’ 확산

칠레 정부, 4년 만에 우파 재집권…치안·경제 침체 속 좌파 심판
카스트, 불법이민·범죄 전면전 예고…시장경제 회귀 ‘강경보수파’
칠레·아르헨 등 중남미 우파 집권 확산…美 즉각 환영 입장 발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운데) 칠레 대통령 후보가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됐다. 사진은 카스트 후보가 산티아고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좌파 집권 진영의 지지를 받은 히아네트 하라(51) 공산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4년 만에 우파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칠레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처음 체결한 국가(2004년 발효)이기도 하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EL)는 이날 개표율 99.33% 기준 카스트 후보가 58.18%, 하라 후보가 41.82%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하라 후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전했다”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칠레대선 결선투표 결과 [연합]

가브리엘 보리치(39) 현 대통령도 카스트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대선 결과는 명백하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낮은 국정 지지율 속에서 여권 후보의 외연 확장 실패까지 겹치며 4년 만에 좌파 정권을 내주게 됐다.

카스트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이후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며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1949~2024) 이후 4년 만에 정권을 다시 ‘오른쪽’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중량급 정치인이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하원 의원 4선을 지냈으며,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 출신, 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이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언행과 정치 스타일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선거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까지 남은 날짜를 일일이 세어가며 “옷만 걸친 채 떠나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카스트 당선인은 군사 독재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조직범죄 척결을 위한 군의 역할 확대를 주장해왔다. “범죄 소탕을 위해 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며, 엘살바도르 부켈레 정부가 추진한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원 대거 수감 정책을 본뜬 강경 치안 정책을 예고했다.

다만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관련 입법을 위해서는 온건 우파와의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메르쿠리오·라테르세라 등 현지 주요 언론과 외신들은 카스트 당선인을 극우 정치인으로 분류하면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유권자들의 ‘정권 교체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유입과 함께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보리치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평가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고 있다. [AFP]

질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 카스트 당선인은 경제 분야에서도 ‘시장경제로의 회귀’를 약속했다. 공공예산 삭감,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이 주요 정책 구상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의회 지형과 여전히 영향력 있는 좌파 시민사회의 반발은 향후 국정 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이번 선거로 중남미에서 우파 성향 정권 확산 흐름인 이른바 ‘블루 타이드(Blue Tide)’도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볼리비아·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 등에서 범보수 정권이 집권 중이며, 온두라스 역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구 약 2000만 명의 칠레에서 카스트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한 차례 중임은 허용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축하 성명을 통해 “카스트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칠레가 공공 안전 강화, 불법 이민 종식, 양국 간 상업 관계 재활성화라는 공동의 우선 과제를 증진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미국은 그의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