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와중에도 ‘가격 담합’”…설탕값 짬짜미한 제당 3사에 과징금 ‘4083억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설탕 가격 인상 시기는 앞당기고 인하 폭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가격을 담합해 온 국내 제당 3사가 4000억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번 제재는 역대 담합 사건 중 사업자당 기준 최대 규모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가격을 사전에 합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담합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당 3사에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1506억8900만원) ▷삼양사(1302억5100만 원) ▷대한제당(1273억73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제당 3사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도 내렸다.

이번 과징금은 2010년 6개 LPG 공급회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6689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사업자당 평균 과징금(1361억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무역장벽까지 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들에게 보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설탕 제조사들이 담합을 통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부당이득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제당 3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변경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상승할 경우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한 뒤 이를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협력하기도 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 하락분의 반영을 늦추기 위해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 인하 폭을 축소하고, 인하 시점을 지연하기로 합의했다.

제당 3사는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가격을 논의했다. 대표급·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가격 인상 방안과 협력 방향 등을 논의했고, 영업임원과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열어 가격 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일정, 대응 방안 등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가격 변경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 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때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공유했다.

A 음료회사는 CJ제일제당이, B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각각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담합을 벌였다.

주 위원장은 “제당 3사는 2007년 같은 혐의로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강행했다”며 “2024년 3월 공정위가 담합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