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 구조 바꾸며 경영권 구도 재편
MBK·영풍 가처분 예고…시장 평가는 ‘최윤범 회장 무게’
MBK·영풍 가처분 예고…시장 평가는 ‘최윤범 회장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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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결정하면서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지배구조 변동 국면에서 고려아연이 ‘탈(脫)중국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고려아연이 선택한 투자 방식과 지분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강화’ 방안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의결안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약 10조9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이번 결정을 ‘주주가치 훼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단기적인 지분 희석이나 재무 부담보다 미국 정부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점이 고려아연의 중장기 기업가치와 사업 안정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략 광물 공급망 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미국과의 협업은 고려아연이 향후 정책·규제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독특한 투자 구조가 자리한다. 고려아연은 신주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번 딜을 설계했다.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 방산 관련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하는 JV이 유상증자를 통해 약 10.25%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미국 정부와 신규 투자자가 고려아연의 새로운 주주가 되는 셈이다.
신주 발행으로 전체 주식 수는 증가하는 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조정된다. 현재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44.27%, 최 회장 측 지분(우호 지분 포함)은 32.04%다. 향후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율은 30% 후반대로 낮아지는 반면, 신규 주주를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4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분 구조 변화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고려아연 주주로 참여할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 민간 기업을 넘어 전략 광물을 생산하는 안보 관련 기업으로 인식될 여지가 생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권 변동 등 투자금회수(엑시트) 시도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주주들 역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현 경영진 쪽에 표심을 기울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미국 측 지분 참여를 최 회장 측의 ‘확실한 우군’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진영에 무조건 서지는 않겠지만, 최 회장 측이 주도한 투자에 함께하는 만큼 MBK파트너스·영풍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반발에 나섰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사업적 필요성이 아닌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이 신주 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택한 목적이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해외 제련소 건설 건이 중대한 경영 사안임에도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고, 논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차적 문제와 과도한 재무 부담,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이날 법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처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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