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인터뷰
창작애니 불모지 개척, 내년 창립 25년
뽀로로·잔망루피 등 성공요인은 ‘재미’
‘꼬마버스 타요’ 이어 서울시 ‘해치’ 협업
작년 매출 1583억원…창업 후 적자 없어
창작애니 불모지 개척, 내년 창립 25년
뽀로로·잔망루피 등 성공요인은 ‘재미’
‘꼬마버스 타요’ 이어 서울시 ‘해치’ 협업
작년 매출 1583억원…창업 후 적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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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캐릭터를 탄생시킨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아이코닉스 제공] |
“애니메이션으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기업이기에 수익창출이 맞습니다. 하지만 수익은 결과일 뿐입니다. 그 결과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수단화하지는 않습니다.”
‘뽀통령’ 뽀로로를 탄생시킨 최종일(60) 아이코닉스 대표의 경영철학은 확고했다. 1990년대 불모지였던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시장에 뛰어들었던 최 대표는 2001년 아이코닉스를 설립했고 내년이면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아이코닉스는 2024년 매출 1583억원 기록하며 ‘벤처천억기업’ 클럽에도 가입했다.
경기 성남 아이코닉스 판교사옥에서 만난 최 대표는 지난 25년에 대해 “정신없이 산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구름이 발아래에 있는 느낌”이라며 “단순히 1000억이라는 숫자보다 우리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년 넘는 스테디셀러 ‘뽀로로’의 성공 비결은 ‘재미’=2003년 첫 방영된 ‘뽀롱뽀롱 뽀로로’는 20년 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1기 에피소드 ‘하늘을 날고 싶어요’ 편은 많은 사람이 최고의 감동에피소드로 꼽는다. 뽀로로는 ‘새’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뽀로로는 여러 차례 비행을 시도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이에 포비는 바다에 가서 한번 해보라고 조언했다. 뽀로로는 결국 날지 못하고 바다에 빠졌지만 특기인 헤엄치기를 통해 마침내 바다에서 자유롭게 ‘날게’ 된다.
최 대표는 “뽀로로는 물속에서 헤엄치며 ‘나는 바다를 나는 새구나’라고 깨닫는다”며 “모두가 다 잘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하나씩은 잘하는 게 있다는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뽀로로의 성공요인으로 ‘재미’를 꼽았다. 그는 “기획 당시 유아용 콘텐츠들을 보니 전부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어 재미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는 노는 게 곧 배우는 것이기에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주제가처럼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를 통해 배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MZ세대가 된 ‘뽀로로’ 키즈, ‘잔망루피’ 탄생시켜=아이코닉스는 유아시장을 넘어 20~30대까지 사로잡았다. ‘뽀로로’ 속 모범생 캐릭터였던 루피가 밈(Meme) 문화를 통해 ‘잔망루피’로 재탄생하면서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훼손할까 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뽀로로를 보고 자란 세대가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같이 놀기로’ 했다. 최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는 “과거 루피가 여성 캐릭터로서 너무 수동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20대가 된 시청자들이 루피에게 180도 다른 성격을 부여해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사했다”며 “이제 잔망루피는 원작 캐릭터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코닉스는 최근 서울시, EBS와 함께 서울의 상징캐릭터 ‘해치’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나의 비밀친구 해치’ 방영을 시작했다. 서울시와는 2009년 첫 방영을 시작해 메가히트를 한 ‘꼬마버스 타요’도 함께 작업했었다. 최 대표는 타요버스를 보면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운전기사들의 직업의식이 향상됐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타요버스가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을 바꿨듯이 해치가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IP(지식재산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창업 후 단 한 번도 ‘적자’ 없는 비결…“실패해도 버틸 ‘플랜B’”=아이코닉스가 걸어온 25년간 애니메이션 환경은 급변했다. 과거에는 해외 마켓에서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 문전박대를 당하며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80개국 이상에 콘텐츠가 노출된다.
최 대표는 “과거엔 소수의 선택된 제작자만 유통이 가능했지만 이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무한경쟁시대”라며 “결국 브랜드파워보다 콘텐츠의 완성도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코닉스는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비결을 묻자 최 대표는 “실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플랜B’를 항상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창업 초기, 애니메이션 작업과 더불어 아이돌그룹 ‘god’ 캐릭터사업 등으로 라이선싱사업을 병행했다. 현재도 아이코닉스 전체 매출의 70~80%는 IP사업에서 나온다. 뽀로로 관련상품만 4000여종에 달한다.
최 대표는 “올해 경기 침체로 작년만큼의 성장은 어렵겠지만 내실을 다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IPO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단순히 국내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본력과 체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지금도 업무시간의 70%를 기획과 시나리오 집필에 쓴다. 그는 ‘창의력’의 원천에 대해 “지식에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라며 “경영자이지만 여전히 현역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