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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의 시선고정]윤원석 인천경제청장 ‘복차지계’ 되지 않기를… 결국 현실이 된 경고

3년 임기 못 채우고 1년 9개월만에 중도 사퇴
코트라 출신 국제 투자유치 전문가 기대 부응 못해
인천시, 조직 쇄신 차원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경질성 의미 짙어
결국 앞선 실패 교훈 삼아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 반복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최근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의사 표명을 보면서 필자가 지난해 2월에 쓴 ‘윤원석 신임 인천경제청장, ‘복차지계(覆車之戒)’ 칼럼이 생각난다.

당시 이 칼럼의 의미는 영종 국제학교 유치와 관련한 주민들과의 갈등,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의 공직자 이행충돌 방지법 저촉 논란, 개발업자 유착 공모 방식 문제와 청라 영상단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백지화, 송도 R2부지 개발사업 특혜의혹으로 인한 백지화 등으로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다시 말해 인천경제청의 대형 현안사업들이 전임 경제청장에 의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문제점을 잘 인식해 그릇된 과제와 사안들을 바로 잡는 신임 윤 청장의 청렴한 모습을 보여 달라는 의미을 심어주기 위해 쓴 칼럼이었다.

따라서 윤 청장은 코트라(KOTRA) 출신 국제 투자유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투자 유치와 개발 활성화 역할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윤 청장은 임기 3년 중 1년 9개월만에 중도하차 하게 됐다. 지난 1일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식 사퇴 사유는 ‘조직 쇄신’이지만, 취임 당시 필자가 던졌던 ‘복차지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의 의미가 결국 현실이 된 것 아닌가 싶다.

복차지계는 ‘거꾸러진 수레를 보고 경계하라’는 뜻으로, 앞선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윤 청장은 재임 중 불거진 성과 부풀리기 논란을 비롯해 외국 출장 시 항공료 과다 지출 논란, 내부 조직과의 갈등설 등이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되면서 출자기관 인천시로부터 신임을 잃게 된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는 그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청 내부에서는 코트라와 업무 교류 등을 밝히면서 코트라 출신의 이미지가 강할 정도로 일부 직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또한 코트라 출신이어서 외국 환경에 대해 누구 보다도 잘 안다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투자 유치 목적을 위한 해외출장이 생각보다 잦아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 이유는 투자 유치에 대한 새로운 성과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투자 유치 사업에 대한 성과 부풀리기를 해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윤 청장의 사퇴를 놓고 인천시는 “변화와 쇄신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행정 내부에서는 사실상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복차지계 표현은 특정 인물을 겨냥한 비판이라기보다 인천경제청 수장들이 반복해 겪어온 ▷구조적 문제 ▷짧은 재임 ▷성과 중심 홍보 ▷내부 신뢰 부족에 대한 경고였다.

그럼에도 윤 청장 역시 같은 궤적을 벗어나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실패가 반복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중도 사퇴가 행정 공백과 정책 연속성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송도·영종·청라를 중심으로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장기 개발 전략이 핵심인데, 경제청장 교체가 잦을수록 정책의 일관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제청 안팎에서는 “또 다시 리셋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들린다.

윤 청장의 사퇴를 두고 단순히 개인의 성공·실패로만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취임 당시 던져졌던 복차지계라는 사자성어는 결국 한 사람을 향한 경고가 아니라 인천경제청 인사 시스템과 성과 평가 방식, 정치적 인사 개입 가능성 전반에 대한 질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19일 퇴임하는 윤 청장의 중도 하차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임 경제청장 공모가 진행중이다. 다음 경제청장이 같은 경고를 다시 듣지 않으려면, 이제는 개인의 역량이나 이력보다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질문이 먼저 나와야 할 시점이다.

복차지계는 경고로 끝나야 한다. 반복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